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감염돼도 다른 사람에게 덜 옮기고 증상이 가볍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설령 돌파 감염이 되더라도 백신을 맞으면 맞지 않았을 때만큼 위험하진 않다는 의미다. 델타 변이가 확산한 영국에선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늘지 않자 확진자 숫자만 알리는 발표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코로나19 연구팀이 30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맞은 사람은 코로나19에 덜 감염됐고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약했다.
연구팀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에서 개발한 백신을 맞은 사람과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의 감염 여부, 감염 후 코 속 바이러스 양, 증상 정도 등을 분석했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인 얀센 백신 접종자는 숫자가 적어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못했다.
그 결과 mRNA 백신을 한 번만 맞았을 때의 예방률은 81%, 두번 맞았을 때의 예방률은 91%로 상당히 높았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맞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됐을 때 코 속 바이러스 양이 40% 정도 낮았다. 접종자는 1주일 넘게 바이러스가 나올 위험도 66% 낮았다. 질병을 앓는 기간이 짧은데다 전파 위험도 낮아졌다는 의미다.
CDC 연구원인 마크 톰슨은 "백신 접종 후 감염된 사람 중 입원 환자는 없었다"며 "모두 경증이나 중간 정도 증상만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 연구는 델타 변이가 유행하기 전에 이뤄져 확진자에게선 알파(영국), 엡실론(캘리포니아) 변이만 확인됐다.
백신이 델타 변이에도 효과 있다는 결과는 영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영국은 하루 확진자가 2만6068명으로 올해 1월29일(2만9079명)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델타 변이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규 사망자는 14명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로버트 딩월 영국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 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감염률을 강박적으로 발표할 시기는 지났다"며 "코로나19는 이제 주요한 사망 원인에서 멀어졌다"고 했다.
영국에서 백신을 한번 이상 맞은 성인 비율은 84.9%다. 62.4%는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가 화이자 백신 접종자보다 많다. 백신을 광범위하게 맞은 뒤에는 코로나19를 이전과 다른 질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상온보관 가능한 세 번째 mRNA 백신으로 주목 받았던 독일 큐어백의 코로나19 백신 예방효과가 48%라는 분석 결과도 이날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준선으로 정한 50%에 미치지 못해 개발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