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온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1년 넘게 이어온 각종 금융 지원 조치의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된 부채를 줄여나가려면 경제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가계부채 죄기가 한층 강화되고,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도 정상화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 위기에 빠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되 '옥석 가리기'에 방점을 찍고 연착륙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기업·가계 부채는 줄이면서 취약 부문에 대한 공급은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충되는 목표를 어떻게 미세조정을 할 지 고민스러운 지점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이 없는데도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입은 분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지원을 해나가겠다"면서도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지난 1년 반 동안 늘어온 부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내후년에 우리 경제가 계속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체적인 경제주체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1년 반 동안 누적돼온 (부채를) 이제 나눠서 갚아야 한다. 고통이 사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막대한 규모로 펼쳤던 금융 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끝내고 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식화한 '질서 있는 정상화'도 재차 언급했다. 질서 있는 정상화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달 11일 이 총재는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히 가계부채가 늘고 주식·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에서는 경기 과열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정부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그 해 말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는 2003년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한국 경제를 오랜 침체에 빠뜨린 '카드 사태'를 심화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과장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2002년 당시에 브레이크를 좀 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2002년에 누린 호황을 조금 아껴썼다면 2003년 당시 신용불량자 위기를 조금 덜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상충된 정책 목표 중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할지(를 고민했을 것)"이라며 "지금이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과장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분들은 최대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나 과도한 누수가 있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인사업자의 가계부채 보유 여부, 연체 현황, 부채 구조 등에 따라 선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오는 9월 종료를 앞둔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에 대해서는 차주별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권의 컨설팅 진행 상황에 따라 정상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올 3월 이 조치를 재차 연장하면서 유예기간이 끝나면 차주가 금융사의 컨설팅을 받아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원리금을 장기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장은 "만기연장 조치를 10년 20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며 "(3월 이후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컨설팅이 잘 이뤄진 것 같지 않은데, 9월 말까지 컨설팅 진행상황을 보면서 어느 수준으로 이 정책을 끌고 나갈 것인지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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