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능라도 영상 참사' 경찰에 수사 의뢰…"업무 방해"

입력 2021-07-01 16:10   수정 2021-07-01 16:17


외교부가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 영상에 삽입된 평양 능라도 위성 영상과 관련해 경찰에 행사 대행업체를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로 해당 업체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외교부가 영상 참사 한 달여만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취재진에 “정상회의 준비를 대행하는 주관 기획사와 이번 위성사진을 임의 삽입한 영상제작업체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로 6월 24일 관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혐의는 위계 업무방해와 공무집행 방해 행위”라고 밝혔다. 지난 5월 30일 P4G 정상회의 개회식에서는 개최지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평양 능라도 영상이 등장했다.

지난달 3일 한국경제신문의 단독 취재 결과 외주 영상 제작 업체가 해당 영상을 구매했다는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 제목은 ‘지구 궤도에서 동아시아의 북한 평양으로의 줌인’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18일 취재진에 “업체 담당자는 5월 30일 첫 언론 보도 이후 해당 사이트에 가서 재확인하니 다운로드 위한 페이지 상에 해당 제목이 명시돼있어 자신이 실수했음을 후회했다고 언급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체 조사를 고집하던 외교부가 외부 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한 달여 만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일 P4G 정상회의 사후 합동 브리핑에서 “준비기획단에서 끝까지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실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후 조사 주체를 감사관실이 아닌 기획조정실로 격상해 조사를 진행해왔지만 지난달 18일 “고의성은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엿새 후인 지난달 24일 해당 업체를 수사의뢰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에도 징계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행사가 차질없이 개최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하고 동영상 제작 및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구체적인 징계 사유와 처벌 정도는 향후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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