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딸 때려죽인 계모, '정인이법' 첫 적용

입력 2021-07-02 08:23   수정 2021-07-02 08:24



13살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가 '정인이법' 첫 적용 대상자가 됐다.

경남결찰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13살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숨지게 한 A 씨를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정인이법'을 적용해 검찰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숨진 아동 B 씨의 의붓어머니다. A 씨는 남편에 대해 불만이 생기거나, 시댁과의 불화가 있을 때마다 B 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말을 듣지 않고 행동이 느리다며 발로 배를 밟고, 밀쳐 넘어뜨리는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 기록 확인 결과 지난해 여름부터 지난 6월 중순까지 총 4차례에 달하는 학대 행위가 있었다. 특히 남편과 불화로 별거에 들어간 후 학대 행위는 더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술을 마실 정도로 알코올 의존 증세가 심했고, 범행 당일에도 맥주를 마신 상태였다.

사건 당일인 지난 22일, A 씨는 자녀 양육 문제를 놓고 남편과 심하게 다퉜고, 2시간 가량 아이를 손발로 때리고 밟는 등 행위를 계속했다. 폭행 후 아이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걸 알았지만, 별거 중인 남편에게 연락만 했을 뿐 의료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이 도착한 후 119 신고를 두고 2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신고를 할 수 있었다. 남편이 도착했을 때 B 씨는 이미 사망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B 씨의 사인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장기 손상이었다. 기존 학대로 몸이 약해지고, 장염으로 복부가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장시간 폭행에 노출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 씨가 딸의 상태를 알고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채 방치해 사망에 이른 미필적 고의로 판단하고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아동학대 살해죄는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할 경우 최대 사형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기존 살인죄가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엄한 벌을 내리는 것.

지난해 입양 후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와 폭행으로 271일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내면서 올해 2월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A 씨는 숨진 B 씨의 동생이었던 초등학생 아들에 대한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 씨는 총 3명의 아이와 함께 살았는데, 이 중 막내만 A 씨와 남편 사이에서 태어났다.

경찰은 A 씨 남편에 대해서는 학대 정황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조사돼 입건하지 않았다. B 씨의 동생들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돌보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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