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정부가 무슨 조치든 취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정부가 내놓은 게 의무고용할당제나 청년인턴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이다. 고용 쿼터제와 정부보조금 방식을 혼용한 것들이다. 예컨대 청년인턴제는 중소기업이 청년을 인턴으로 고용할 때 급여의 일부를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인턴 기간이 끝난 뒤 기업에서 해당 인턴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면 시행처에 따라 취업 장려금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그 밖에 정부에서는 고용 촉진책을 만들어 기업이 더 많은 청년을 고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단편적인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국민의 혈세가 나가는 만큼 분명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턴 기간이 종료된 뒤 정규직 고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턴을 고용한 뒤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내보낸 직원의 일을 인턴에게 시키는 얌체 기업이 있다는 씁쓸한 소문도 들린다. 청년 고용을 위한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기업의 행태도 잘못됐으나, 본질적으로 보자면 그러한 고용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사람의 병을 고치려면 먼저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쉽사리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을 둘러싼 경영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기업은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금 때문에 소극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고용 관련 규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지나치다. 일단 정규직을 뽑으면 노조의 압박과 노동법 규제로 도무지 내보낼 수 없다. 기업이 경영 현황에 맞춰 회사의 고용을 조정하는 게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는 이와 관련한 소송을 걸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문 경영진이 내린 경영가적 판단을 비전문가인 법원 판사에게 한 번 더 묻겠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재판 끝에 대법원이 경영진의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수년간 쌍용자동차가 입은 유·무형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기업은 사람을 뽑는 게 겁이 날 정도다.
《삼국지》를 보면 유비가 익주를 공격할 때 참모 방통에게 계책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방통은 유비에게 상중하의 세 가지 아이디어를 내놨다. 청년 고용을 늘리는 방안도 상중하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상책은 우선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기업을 옭아매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시장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면 기업은 알아서 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에 따라 고용도 자연히 증가할 것이다.
상책이 어렵다면 중책은 뭘까? 모든 규제를 다 혁파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고용 관련 규제만이라도 없애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 숫자를 줄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청년층 고용을 늘리란 말인가? 정규직 보호를 줄이고, 고임금을 받는 중장년층 노동자의 경우 현실성 있는 임금 수준으로 재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책은 바로 청년인턴제 같은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정부에 끌려 다닐 때 나오는 모든 정책은 하책이다. 청년인턴제는 말하자면 병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對症)요법에 불과하다. 그러니 극히 일부의 경우지만 고용주가 지원금이나 타 먹는 바보 같은 제도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정직한 기업은 이런 미봉책을 원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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