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하루만 돈을 맡겨도 쏠쏠한 이자를 챙겨주는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이 각광받고 있다. 자금을 1년 또는 2년 이상 넣어둬도 1% 초중반대 금리를 제공하는 시중은행 적금 상품과 달리, 저축은행에서는 짧게 보관해도 최대 1.5%~2%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고, 단기간에 이자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2030세대 짠테크족은 물론 투자 계획을 정하지 못해 목돈을 잠시 보관해야 하는 자산가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금리를 받기 위한 우대조건이 까다로운 편이 아니란 점도 인기 요소다.
'파킹통장'이 저축은행업계의 신규 고객 유치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오픈뱅킹 진입으로 상품 경쟁력 강화,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시중은행과의 변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2% 금리를 웃도는 상품이 연이어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 하루만 돈을 넣어도 시중은행 적금 상품보다 높은 연 2%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예치금은 빠르게 몰렸다.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페퍼룰루 파킹통장은 출시 2개월 만에 3만개의 계좌를 끌어들이면서 1000억원 넘는 금액을 유치했다. 눈여겨볼 점은 가입자 중 90%가량이 신규 고객이었단 점이다. 은행 자체가 아니라 상품만을 보고 처음 페퍼저축은행에 발을 들인 소비자가 그만큼 많았단 얘기다.
기간만 잘 활용하면 연 2%를 뛰어넘는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도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달부터 예치금 3700억원을 끌어모은 자사 대표 인기 상품 '뱅뱅뱅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의 금리를 큰 폭 인상한다. 먼저 단 하루만 넣어도 적용받을 수 있는 기본금리를 연 1.81%까지 올린다. 출시 당시 이 상품의 기본금리가 연 1.6%였단 것을 감안하면 0.21%를 단숨에 올리는 셈이다.
뱅뱅뱅 파킹통장 369 정기예금은 예치 기간에 따른 적용 금리도 상향 조정된다. 예치금을 3개월 이상 유지할 경우 연 1.91%, 6개월 이상 맡길 경우 금리가 연 2.01%다. 최대 적용 금리는 연 2.11%로, 9개월 이상 예치한 경우 제공된다. 다른 금융사와 달리 약정 금리를 받기 위한 최대 예치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목돈을 맡길 곳이 필요하다면 가장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형사의 경우엔 1.5% 안팎의 금리를 적용한 파킹통장을 운영 중이다.
OK저축은행이 이달 1일 선보인 'OK 파킹 대박통장'은 기본금리를 연 1.3%로 두고 있으나, 타행 '오픈뱅킹'에 해당 계좌를 등록할 경우 0.2%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바로 적용된다. 등록 절차가 번거롭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연 1.5% 금리를 받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가입 금액과 납입 방법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SBI저축은행도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이라는 파킹통장을 가지고 있으나, 금리 메리트가 큰 편은 아니다. 이 상품은 연 1.3%의 기본금리만을 적용해 우대금리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복잡한 우대금리 조건이 없고 입금 한도 제한도 없다. ATM 입출금 수수료도 무료이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극도로 꺼리는 소비자라면 고려해볼 만하다.
만약 급여 이체와 자동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이라면 웰컴저축은행의 '직장인 사랑 보통예금'도 살펴볼 가치가 있다. 기본금리는 연 0.05%에 불과하지만, 100만원 이상 급여 이체, 마케팅 동의, 자동이체 실적을 걸어두면 우대금리 1.5%포인트를 받아 최대 2% 금리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하반기에 신규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다른 업계에 비해 늦은 시기에 오픈뱅킹 서비스에 들어선 탓이다. 전 금융권이 모여드는 오픈뱅킹 시장에서 시중은행은 물론 다수의 핀테크사들과 경쟁을 하고 특정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선 신규 고객 유치 효과가 좋은 ‘파킹통장’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저축은행 수신 상품의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금융사의 수신 금리는 함께 오르게 된다. 저금리 기조에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지만, 금리 인상기엔 두 업계 간 금리 격차가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고객 확보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에 더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내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한 수신 상품이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 경우 시중은행에서 금리 상승이 동반되기에, 시중은행보다 1%~1.5% 정도 높은 흐름을 가지고 계속 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제야 오픈뱅킹 서비스에 적응한 단계이기에 업계 전체가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관련 수혜 폭을 넓혀 신규 고객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올해 상반기 수신 상품의 금리가 살짝 낮아진 흐름이 있었기에,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 가파르게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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