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직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이머징 지수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무언가) 잘못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이머징 지수를 졸업함으로써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장기 투자에 대한 지원 제도를 도입해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홍성국 의원이 주최한 '중산층 경제의 징검다리,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주식시장이 부쩍부쩍 크고 있어 반갑게 생각한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이 정착되고 대외적으로도 그렇게 인정받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식투자 경험이 없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저나 아내나 주식투자를 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첫 직장이 한국투자신탁 국제과"라고 소개했다.
최근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과 투자 확대, 경제성장으로까지 이어가기 위한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을 탄탄히 하고 청년 세대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주식시장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제도 개선 및 인센티브 확대 등 정책적 지원도 늘려가야 할 때라고도 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해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 기업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저평가 돼 있지만 현재는 서서히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국의 산업 구조가 돈 벌 때는 많이 벌다가 반도체 사이클이 하락하면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굉장히 부침이 심한 쪽에 있다는 게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며 "아직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부 유지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성공의 경험을 갖고 주식투자가 확산 될 수 있느냐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끝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많이 들어왔지만 장기투자나 간접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3년 이상 투자 시 세제혜택 제공 또는 소득공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은 투자의 시계가 짧다"며 "주식을 오래 가져가는 사람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투자자들에 내재된 단기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을 통한 주식투자 확대 방안도 거론됐다. 현재 국회에 '디폴트옵션(사전 지정 운용)' 도입을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법안 심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설정된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다. 낮은 수익률로 노후안전망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전문가가 운용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운용하는 대표적인 연금인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에 비해 퇴직연금은 그만큼 수익을 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 개혁 및 개인 주식양도소득세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공매도 시스템에서 △공매도 의무 상환 기간 60일 통일 △담보비율 140%, 기관 외국인 증거금 150% 법제화 △주체별 공매도 상한선 설정 △불법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의 변경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1000만 주식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 만들어줘야 한다"며 "약자이면서 절대 다수인 개인투자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정책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대표는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우리의 가계자산 중 주식 비중은 22%에 불과해 50%를 넘는 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며 "미국에서 충격이 오면 우리도 일정 부분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작년에 경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충격은 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보다 활력이 없는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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