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버섯종류는 60여 가지에 이른다. 전국 2000여 농가에서 한 해 생산하는 버섯은 2019년 기준 15만2000t. 하지만 수확하지 않은 버섯도 많다. 같은 버섯이라도 생김새에 따라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은 대부분 버려진다.
농가 전체 생산량의 10~20% 가량의 버섯이 상품가치 하락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공조시설이 빈약해 온·습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농가의 경우 더욱 그렇다. 버섯을 말리거나 분말로 만들어 조리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판매망이 미흡한 데다 제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다.
충남 천안의 농식품 제조가공 기업인 손푸드(대표 손정미)는 버려지는 버섯에 주목했다. 손 대표는 2018년 공주의 한 버섯 농가를 찾았다가 창업을 결심했다. 버려지는 버섯을 동네 주민들이 가축 사료로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상품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손 대표는 “버려지는 버섯이 아까워 절임상품으로 출시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농산물도 일본의 우메보시처럼 고급 매실 장아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버섯을 절임식품으로 상품화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송화버섯의 경우 수분 함량이 많아 쉽게 곰팡이가 생겼다. 식품으로 만들다가 버린 버섯만 10t이 넘는다.
이 회사는 송화버섯과 참송이 버섯을 주재료로 말리지 않은 생버섯으로 장아찌를 담근다. 염도가 낮고 오랜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김치의 경우 평균 염도가 4.7~5%인데 이 제품은 1.8% 수준으로 짜지 않다. 방부제와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은 데다 1년 이상 보관할 수 있다. 버섯 특유의 향이 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버섯을 사용한 절임식품 제조방법으로 특허 등록을 마쳤다. 간장, 고추장, 된장, 와사비 등 4가지 소스를 활용한 특허출원도 마쳤다. 올 초부터 충청남도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소상공인미디어플랫폼 등 12곳의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수출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으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는 관세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다음달부터 베트남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활용한 제품 홍보에 나선다.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돼 제품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손 대표는 “식품에 과학을 담는 소스 개발 기업으로 우뚝서겠다”며 “버섯 외에도 다양한 농작물을 활용한 제품으로 우리나라 절임식품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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