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로 쉽게 사 중독…쾌락 사라지고 정신병 증세만"

입력 2021-07-02 17:17   수정 2021-07-09 17:13

“해외 생활을 하면서 우울증·향수병을 얻은 상태에서 친구 권유로 약물에 빠져들게 됐죠. 한때 약물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정도였어요. 약물이 저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요.”

마약중독재활치료센터 ‘경기도 다르크’에서 만난 A씨(25)의 얘기다. “5년 전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마약을 처음 접했다”는 그는 “외국에 나가면 한 번쯤 경험해본다는 대마부터 시작해 호주에서 할 수 있는 약물은 대부분 투약해봤다”고 털어놨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투약은 끝나지 않았다. 이미 끊임없이 약물을 갈망하는 중독 상태가 된 그는 약을 구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결국 마약류 유통·판매책으로 일하며 번 돈으로 다시 마약을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A씨는 “호주는 전화로 15분 만에 배달해주는 방식인데 한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던지기’가 활성화돼 있었다”며 “귀국 첫날부터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 아니구나’하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2세에 마약류 투약 및 판매 혐의로 기소돼 4개월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이후 약을 끊기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 병원 등을 찾았고 지금은 경기도 다르크에서 중독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정신적·물질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인생의 바닥까지 도달해본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마약도 내성이 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정신병 증세만 나타날 뿐 쾌락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머무는 경기도 다르크는 2019년 3월 설립된 민간 마약중독 재활센터다. 40년을 중독자로 살았던 임상현 목사(센터장)의 봉사로 운영 중이다. 지금은 A씨를 포함해 8명의 치유자가 함께 숙식하며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해외에는 이런 재활시설이 많은데 마약 사범이 많은 한국에는 재활시설이 부족하다”며 “최근 들어 기소유예를 선고받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 중독자들은 질서와 규칙에 대한 개념이 약해 이런 점을 이해하고 잡아줄 환경이 필요하다”며 “가족도, 갈 곳도 잃고 나면 다시 마약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임 센터장처럼 중독자의 회복을 돕고 싶다”고 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그는 “마약 중독 치료에 관해 공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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