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챔피언’ 김해림(32)이 돌아왔다. 2일 강원 평창 버치힐GC(파72·643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모나파크 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나서며 ‘부활’을 알렸다. 특히 캐디 없이 직접 가방을 옮기며 ‘나홀로 플레이’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김해림은 KLPGA 정규 투어 통산 6승의 실력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2연패를 비롯해 6승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드라이버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루에 달걀 흰자 30개를 먹으며 체력훈련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달걀 챔피언’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2019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돌아온 뒤 우승 소식이 뚝 끊겼다. 작년에는 상금랭킹 38위에 그쳤다. 지난해 당한 어깨 부상으로 전지훈련에 집중해야 할 겨울 동안 채를 놓고 지내기도 했다. 그 여파로 올해는 커트 탈락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 거둔 6위가 최고 성적이다.
이날은 달랐다. 1번홀(파4)부터 내리 2개의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한 그는 8개의 버디를 쓸어 담으며 되살아난 샷감을 과시했다. 보기 1개를 범해 7언더파 단독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 김유빈, 황정미 등 공동 2위와 1타 차이다.
이날 김해림은 캐디와 동행하지 않고 직접 카트를 밀며 경기했다. KLPGA 정규투어에서 노캐디 플레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격조종 기능이 장착된 전동 카트였다. 캐디들이 선수 이름을 표시해 입는 캐디빕은 카트에 걸렸다. 샷이 끝난 뒤 클럽에 묻은 흙을 닦아 가방에 챙겨 넣는 것도 모두 김해림 몫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캐디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캐디가 없을 때 경기력에 영향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도전은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김해림은 “정말 오랜 시간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대회 코스의 티 박스에서부터 두 번째 샷, 그린까지 캐디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사전에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첫 시도의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미스샷 등 모든 것에 책임을 내가 온전히 지는 것이어서 잘되거나 아예 안 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돼서 다행이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도전은 후배들을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전문 캐디피가 많이 비싼 편이다. 하우스 캐디도 이번 대회에서는 하루에 25만원을 받고 있는데 커트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후배 선수들은 사실 경비를 내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내가 했으니 이젠 혼자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후배들은 산악지대 코스가 아니라면 한번은 해볼 만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은 2, 3라운드에서도 노캐디 플레이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말에 비 예보가 있어서다. 김해림은 “비가 오면 캐디를 구하거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임진희(25)는 1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6승에 도전하는 박민지(23)는 4오버파 공동 106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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