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노총 1만명 집회…정부는 "자제·철회" 읍소만 할 건가

입력 2021-07-02 17:30   수정 2021-07-03 07:54

수도권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민주노총이 오늘 서울 도심 1만 명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방역 피로증이 쌓일 대로 쌓인 국민도 정부 호소에 다시금 경계심을 가다듬는데 민주노총은 국민 생명과 안전은 뒷전인 채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집회만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어제 826명을 기록하며 6개월 만에 다시 8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의 80% 이상이 몰린 수도권에선 거리두기 완화를 1주일 유예했지만, 새 거리두기 기준에서도 이미 3단계(하루 500명 이상)에 해당한다. 만약 전파력이 2~3배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 자칫 일상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감염병예방법이 집회의 자유를 뺏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명분 쌓기에 급급하다. 또 9명씩 97건(873명)의 집회신고를 해놓고 ‘1만명 집회’를 선언하고 있으니, 방역수칙을 지키겠다는 약속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진행된 데엔 정부의 이중잣대와 선택적 대응에 더 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단체들의 서울 도심 집회 때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여권 인사들이 노동계 집회 때는 거의 함구했던 게 사실이다. 작년 광복절 집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명백한 도전” “비상식적 행태” “매우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라고 했고, 주최 측에 ‘살인자’(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개천절 집회 땐 1만명 넘는 경찰 병력이 서울 도심을 물샐 틈 없이 막았지만, 노동계 집회는 구두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에도 방역 일선을 책임진 서울시와 경찰의 ‘불허’ 방침만 있을 뿐, 총리부터가 ‘자제해 달라’는 말만 연발했다. 김부겸 총리는 그제 민주노총을 직접 찾았다 문전박대 당한 이후 어제 ‘엄정 대응’을 경고했지만, “집회 철회 결단을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생계 위협 속에서 1년 반 동안 거리두기를 참고 이행한 국민은 이를 어찌 이해할까 싶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의 ‘억강부약(抑强扶弱)’ 다짐에서 언급한 강자가 지금 이 정부에선 분명 민주노총임을 다시 확인해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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