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정이 더 나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달 30일 150번째 1심 재판을 받았다. 이 재판은 2019년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소위 ‘사법농단’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이 문재인 정부 임기가 9개월밖에 안 남은 지금까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법농단 재판은 1심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100번째 1심 공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반드시 (사법농단)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발언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마무리’는 언감생심인 상황이다.
국정농단 재판도 지연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피고인 54명 가운데 10명이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중인 피고인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외 6인 △‘국민연금의 삼성 계열사 부당 합병 개입’ 혐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본부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이 언제쯤 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재판이 가장 지연되고 있는 사건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이 연루된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개입 의혹이다. 상고심에 넘어간 지 3년이 넘었으나 대법원이 여전히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피고인 홍 전 본부장이 각각 상고심에 “빠른 재판을 부탁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재판 지연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 변호사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연루된 사건뿐 아니라 일반인 사건에서도 지나치게 재판이 지연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게 사실”이라며 “재판받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고인들이 고통받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상고심이야 사건이 워낙 많아 판결이 늦을 수 있다”면서도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도 주 52시간 근로제 등이 정착되면서 선고가 이뤄지기까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는 “헌법 27조는 국민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법원이 재판을 오래 끌기보다는 신속한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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