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한 위협과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중 양국이 급속도로 밀착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을 매개로 미국 견제에 나서며 미·북 대화 재개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왕 장관이 전날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열린 제9차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핵 문제는 최근 30년 동안 질질 끌면서 우여곡절을 반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해 미·북 대화 재개 등을 강조한 것을 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기본 원칙이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왕 장관은 “한반도의 일은 중국 문 앞의 일”이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일관되게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는 한편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중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거절하고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는데,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에서 북한을 매개로 미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대만과 자국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해서는 “내정 간섭”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왕 장관은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다”며 “어떠한 세력도 국가의 주권,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겠다는 중국 인민의 굳은 의지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조국의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견지해온 방침으로, 미국 일부 세력이 대만 독립 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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