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美, 北에 가한 위협 반성해야"

입력 2021-07-04 18:16   수정 2021-07-05 01:42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한 위협과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한반도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북·중 양국이 급속도로 밀착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을 매개로 미국 견제에 나서며 미·북 대화 재개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왕 장관이 전날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서 열린 제9차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핵 문제는 최근 30년 동안 질질 끌리면서 우여곡절을 반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해 미·북 대화 재개 등을 강조한 것을 들며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왕 장관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기본 원칙이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왕 장관은 “한반도의 일은 중국 문 앞의 일”이라며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일관되게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 대화 교착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데 이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자국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문구에 처음으로 포함된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미국 일부 세력이 대만 독립 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서방의 연이은 중국 인권 침해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을 매개로 미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으로 보낸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축전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에 불과하다”며 미국을 겨냥했고, 중국은 19개국 정상 중 김정은의 축전을 제일 먼저 소개했다. 이는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꿈보다 해몽”이라며 미국의 연이은 대화 제의를 일축한 것과 상반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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