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역사 인식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앞서 이 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윤 전 총장이 "역사 왜곡을 용납할 수 없다"고 힐난하면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이 지사를 겨냥해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 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 이재명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친일세력들과 미 점령군의 합작품으로 탄생했다'라는 발언은 온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라며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며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지사는 이 같은 지적을 확인하자마자 본인의 SNS를 통해 "윤석열 전 총장님의 구태 색깔 공세, 안타깝다"며 윤 전 총장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님께서 처음으로 저를 직접 지적하셨으니 답을 드리는 것이 예의겠지요"라며 "총장 사퇴 후 국정에 대해 열공(열심히 공부)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린 바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정이라는 것이 2~30권 전문 서적으로 공부하는 사법고시와 달리 영역과 분량이 방대해 공부할 것이 참으로 많다"며 "열심히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공부하시려는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만, 해방 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에 대해 그리고 저의 발언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시고,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 색깔 공세라니 참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38선 이북에 진주한 소련군과 이남에 진주한 미군 모두 점령군이 맞다"며 "저는 북한 진주 소련군이 해방군이라고 생각한 일도 없고 그렇게 표현한 바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의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전 총장님께서 숭상하실 이승만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하셨을 뿐 아니라, 일본의 점령군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진행된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지난 6월 30일~7월 2일 사흘간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36.1%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26.2%로 2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오차범위를 넘어선 격차다.
반면 글로벌리서치가 같은 기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지사는 44.7%, 윤 전 총장은 36.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지지율 감소세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 장모가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