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벤처캐피털 센토의 한상우 파트너(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싱가포르 소재 패밀리오피스 자금 중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는 슈퍼리치 가문의 자산을 운용하는 전문회사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에 따르면 싱가포르 내 단일 패밀리 오피스(SFO)는 작년 말 현재 약 400곳으로 2019년의 두 배로 늘어났다.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 수는 약 1만 곳으로 추산된다. 작년에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중국의 훠궈 프랜차이즈인 하이디라오인터내셔널홀딩의 창업자 슈핑이 패밀리오피스를 세워 관심을 모았다.
싱가포르 벤처캐피털협회 위원인 한 파트너는 “패밀리오피스의 경우 폭넓은 자산에 투자하는 데 스타트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더 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차량 공유 플랫폼인 그랩과 인도네시아 경쟁업체 고투그룹의 기업가치가 각각 400억달러 안팎으로 미국 증시 상장이 임박하면서 슈퍼리치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간 연구소들에 따르면 SFO는 통상 한 곳당 운용자산이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이다.
주로 디지털 트랜포메이션(전환)과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한 파트너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에 금융서비스를 접목하는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전 했다.
싱가포르는 낮은 세금과 우수한 치안, 기업 친화적 제도 덕분에 패밀리오피스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한 파트너는 “주로 중국과 인도, 중동 사업가들이 싱가포르 정부의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 자산을 옮기고 있다”며 “경쟁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경우 중국의 새 보안법 이슈 여파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시장의 성장을 노린 벤처캐피털의 신규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털인 안드레센호로위츠는 최근 싱가포르 지점 설립 작업에 들어갔다. 한 파트너는 “동남아 스타트업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비교적 타격이 크지 않았다”며 “슈퍼리치의 꾸준한 증가가 지역 스타트업 밸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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