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치명적 바이러스로부터 독립 선언을 할 때가 가까이 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가 완파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245주년 독립기념일 축하 연설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이날 코로나19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려 했다. 결과적으론 ‘완전 독립’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신 접종 덕분에 코로나19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많은 미국인이 일상으로 거의 복귀한 건 성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함께 돌아오고 있다”며 “이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더는 지배하지 못한다”고 했다. 행사에 초대받은 청중 1000여 명은 연설을 듣는 동안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셨다. 코로나19 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우선 백신 접종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애초 이날까지 18세 이상 성인의 70% 이상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까지 접종률은 67%에 그쳤다.
미국 50개 주 중 목표를 넘긴 곳은 20개 주에 불과하다. 버몬트주 하와이주 매사추세츠주는 접종률이 80%를 넘겼지만 와이오밍주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는 40%대에 머무는 등 주별 접종률 편차가 크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50개 주 전체와 워싱턴DC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됐고,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25%가량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접종은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일”이라며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매일 일정을 적은 카드를 하나 들고 다니는데 뒷면에는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의 수가 적혀 있다”며 사망자를 애도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NBC 방송에 나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선 백신 접종자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영국은 델타 변이 확산에도 조만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예정이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9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1m 이상 거리두기, 6인 이상 실내·30인 이상 야외 모임 금지 등 마지막 남은 코로나19 규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존슨 총리는 사전 배포한 자료에서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코로나19의 위험을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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