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경 이공계 대학평가에서 상위권 대학의 순위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정량평가 지표인 ‘창업 및 취업지원’과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였다. 주요 대학의 이 부문 점수가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 순위 등락을 주도했다. KAIST는 4개 지표 중 창업 및 취업지원과 ‘연구의 질’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다. 서울대는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 부문에서 1위에 올라 4계단 뛰어오른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한양대와 성균관대도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에서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등 경쟁 대학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우위를 차지했다.
KAIST창업원은 기업가 정신 특강과 네트워크 행사, 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10여 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벤처기업, 투자 전문가, 법조인 등이 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창업 오디션 ‘E*5 스타트업 KAIST’는 KAIST의 대표적인 학생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유망 사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팀을 발굴해 전문가 멘토링을 하고, 사업화까지 돕는다. 1위 팀에는 2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KAIST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교육의 질(지난해 7위→4위)과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32위→10위)까지 개선하며 독주 채비를 갖췄다는 게 글로벌리서치의 분석이다.
종합 2위에 오른 서울대는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 부문에서 여섯 계단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작년까지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 부문의 점수가 높아진 영향으로 종합순위도 함께 상승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학협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대는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올해 네이버와 AI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와 함께 산학협력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한양대는 LG전자, 카카오, 이수그룹 등과 손잡고 빅데이터·AI·바이오 분야 산학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실용적 학풍을 더 강화해 기업 요구에 맞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총장은 “산업 격변에 맞춰 ‘기업가적 대학’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강의 규모의 적절성(3위), 학부 졸업생 대비 석사 진학률(3위)도 최상위권이었다. 이 밖에 KAIST 서울대 한양대 아주대 국민대 등이 교육의 질이 작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창업 및 취업지원 부문에서 순위가 10계단(29위→19위) 상승했다. 2018년 연구부총장 직속으로 설립한 크림슨창업지원단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매학기 말 ‘캠퍼스 최고경영자(CEO)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창업동아리를 발굴하고 학생 창업가를 양성한다.
올해 이공계 대학 평가는 국내 국공립대 및 주요 지역 거점대학, 수도권 사립대, 이공계 특성화대 등 50곳을 대상으로 정량·정성평가를 해 종합순위를 매겼다. 정량평가는 △교육의 질(100점) △연구의 질(110점) △산학협력 및 기술상용화(105점) △창업 및 취업지원(85점) 등 4개 부문 20개 지표로 분석했다. 그동안 변별력이 낮다고 지적된 일부 세부 항목(창업강좌 이수학생 비율 등)을 제외하고 이공계 특허 출원 및 등록 실적, 기술 이전 수입액 등의 점수를 작년보다 상향 조정했다.
이공계 대학 정성평가(100점)는 공공기관,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교수 등 1009명을 대상으로 조직 친화력,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식, 전공이론 이해 수준, 채용 의향 등의 설문조사를 통해 점수를 산출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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