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중산층 경제를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헌법에 생명권·안전권·주거권을 신설하고 토지 공개념을 명확히 해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을 모셨다”고 말해 자신이 민주당 적통임을 강조하는 발언도 내놨다. 경선 과정에서 ‘반(反)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이 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슬로건으로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출마 일성으로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 드려야 한다. 최저한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그동안 이 전 대표가 복지·경제 분야 구상으로 밝혀온 ‘신복지’와 ‘중산층 경제’를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10년 전 65%였던 중산층 비중이 지금은 57%로 줄었다”며 “중산층을 70%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2030년까지는 모든 국민이 지금의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도록 지향하겠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삶’을 아홉 번 언급했다. 국민 삶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개헌도 아젠다로 내세웠다. 그는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을 헌법에 신설해야 한다”며 “토지 공개념이 명확해져 불로소득을 부자들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했다.
출마 영상 공개 뒤 이 전 대표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두 전 대통령께는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 방명록 밑에는 ‘불초(不肖) 이낙연’이라고 새겼다”고 했다. ‘불초’란 자식이 부모에게 스스로를 낮출 때 쓰는 말이다. 동교동계인 이 전 대표가 당내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김 전 대통령 방명록에 ‘불초’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에서 ‘겸손함’을 강조하는 표현도 많이 썼다. 출마 선언 도입부에선 “저를 모르시는 분도 계실 텐데, 소개 말씀 올리겠다”고 했고, 마지막엔 “부족한 사람의 긴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공격적인 이미지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도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 “당의 많은 의원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지사가 해방 직후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선 “말이 미칠 파장까지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재 대한민국은 시행착오를 겪을 겨를이 없다”고 이 지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경선캠프명을 ‘필연 캠프’로 정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과 언론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했다. 캠프 총괄로 선임된 5선 설훈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동교동계다.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과 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 정책총괄본부장인 홍익표 의원 등 친문계열 의원들도 이 전 대표를 돕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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