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뺨치는 동구바이오의 '선구안'…"투자 수익·신약 개발 모두 잡겠다"

입력 2021-07-05 17:36   수정 2021-07-06 11:18

소위 잘나가는 벤처캐피털(VC)에도 ‘3할 타율’(투자 성공률)은 넘기 힘든 벽이다. 제 아무리 투자 전문가라고 해도 산업 트렌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기업들의 실력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이런 점에서 ‘프로를 능가하는 아마추어’로 통한다. ‘부전공’인 투자로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고 있어서다. 그래서 직접 VC(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기로 했다.

5일 만난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부회장(사진)은 VC를 세우는 이유에 대해 “투자수익을 올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한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충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수익도 얻고 기술도 확보
조 부회장은 3년 전부터 진행해온 동구의 바이오벤처 투자는 ‘외도’가 아니라 본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력과 인력에 한계가 있는 중소·중견 제약사가 국내외 대형 제약사와 신약 개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며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 ‘피’(지분 투자)를 섞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말했다.

동구는 2018년 이후 △디앤디파마텍(뇌질환 신약 개발·초기 투자금 31억원) △바이오노트(SD바이오센서 모기업·30억원) △지놈앤컴퍼니(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30억원) △뷰노(인공지능 기반 진단솔루션·30억원) △아이디언스(항암 신약 개발·20억원) △매드팩토(바이오마커 기반 신약 개발·10억원) 등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했다. 펩타이드 신약 개발 기업인 노바셀테크놀로지는 2012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아예 최대주주(지분율 17.5%) 자리를 꿰찼다. 업계에선 동구의 투자 차익이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동구의 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잘 아는 분야에서 잘하는 업체를 콕 집어 투자하기 때문”이라며 “동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업체가 투자 타깃”이라고 했다.

조 부회장은 바이오벤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VC를 만들었다고 했다. 동구의 100% 자회사로 설립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조 부회장은 “투자 여력은 일단 100억원 정도로 설정한 뒤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초기 바이오벤처부터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까지 다양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장동력은 수출과 M&A”
조 부회장은 지난해 1392억원이던 매출을 2025년까지 3000억원대로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을 마련했다. 첫째는 지금 잘하는 분야를 더 잘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1위인 피부질환 치료제 분야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 2025년 아시아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건선 및 아토피 치료제 신제품을 내놓고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둘째는 취약 분야를 강화하는 것으로 잡았다. 현재 국내 50위권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 등 내과질환 분야 순위를 5년 내 30위 안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새로운 성분의 당뇨 치료제(개량신약 및 퍼스트 제네릭)를 내놓기로 했다. 셋째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방법은 인수합병(M&A)과 수출, 신사업 진출 등 크게 세 가지다. 조 부회장은 “동구의 강점을 키워주고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을 대폭 강화해 미미한 수출 비중을 2025년에는 전체 매출의 10%, 2030년에는 절반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에 대해선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의사가 처방하는 건기식’이란 콘셉트로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건기식을 내년 초 내놓을 방침”이라고 했다.

글=오상헌/이선아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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