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법원이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피고인 전두환 전 대통령(90)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을 허용한 만큼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재판정 대신 집 앞 골목을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씨가 불출석한 가운데 항소심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앞서 전씨가 2차례 연속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자 형사소송법 365조 2항(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에 따라 결석재판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결석재판 허용은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변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일종의 제재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사와 전씨의 항소 입증 취지와 증거 조사 계획을 논의하면서 "전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 신청과 자료 제출에 제약을 줄 수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최소한의 자료만 받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5·18 당시 헬기 조종사 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헬기 사격 탄흔이 남은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 대한 재검증을 법정에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게다가 사실 조회를 신청한 헬기 사격 관련 자료(국방부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로 이관)도 증거로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이날 한 언론사에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투병 등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을 회피해 온 전씨는 이날 누구의 부축도 없이 혼자서 꼿꼿한 자세로 잠깐의 나들이를 즐기는 포착됐기 때문이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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