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는 거의 갖춰진 것으로 판단한다."
곽효환(53) 한국문학번역원장이 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문학이 세계를 향해 '나를 알아달라'고 애원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원장은 "이제 노벨문학상을 한국 문학계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한국문학이 세계 문학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 있는 관문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1980년대 이후 한국문학을 해외에 활발하게 소개해온 작업이 이제 성과를 노릴 시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한국 문학작품 중 해외 번역 출간된 것은 40개 언어권, 2500여 종에 달하는 만큼,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일본 문화계가 노력한 것에 비교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그 근거다.
일본에선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68년 일본인으로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뒤 일본 문학의 해외소개가 탄력을 받았다. 가와바타에 이어 오에가 노벨상을 타기까지 1945~1990년대에 4000여 종의 일본 문학작품이 해외에 번역돼 소개된 것이 노벨상 수상의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번역 종수의 증가 외에 한국문학의 위상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프랑스어권 이청준, 이문열 작가를 비롯해 2000년대 이승우, 신경숙, 고은, 2010년대 한강, 김영하, 편혜영, 김혜순, 김이듬, 윤고은 작가 등이 해외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영어권, 남미권, 유럽권, 아시아권, 중동권 등에서의 한국도서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곽 원장은 한국 문학 작품의 해외소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한국문학 해외 진출 통합 플랫폼(가칭 '한국문학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문학작품 생산자인 작가와 매개자인 에이전트, 수요자인 해외 출판사 간 문학 저작권 거래를 상시적으로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문학·출판시장의 한국문학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 동시 지원 신청 건수는 2019년 97건에서 2020년 142건, 2021년 200건 이상으로 최근 5년 동안 증가율 17.1%를 보이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와 함께 문학·문화콘텐츠 번역인력 양성기관인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격상시키는 작업도 추진키로 했다. 현재 4개 과정, 7개 언어권, 수강생 연 150여 명의 번역아카데미를 정식 학위과정으로 강화하는 것을 추진한다.
곽 원장은 "정식 학위를 받은 외국인 졸업생이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문학 교수 등으로 활약해 한국 문화의 저변을 넓힐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문학번역원은 웹툰, 공연 등을 포함한 한국어 콘텐츠에 대한 해외 진출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한국문학 해외소개 맞춤형 전략도 수립해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곽 원장은 지난 5월 취임했으며 임기는 3년이다. 중견 시인으로 한국시인협회 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대산문화재단 상무 등을 역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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