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산 김치는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2009년 이후 12년만에 김치 수출금액이 수입금액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어찌보면 한국인들은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먹고, 좋은 김치는 일본 등 해외로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수입액은 이보다 적습니다. 5월까지의 통계에서 김치 수입액은 5932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달만에 2800만 달러 규모의 수입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입액이 수출액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출량은 2만300톤에서 2만2100톤으로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계 식탁에서 한국산 김치를 찾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인마트 등 외국에 사는 한국인에게 판매하기 위해 김치가 수출됐지만 요즘은 현지인 등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한국 김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일본입니다. 올해 상반기 대(對)일본 김치 수출액은 4480만 달러였습니다.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 넘습니다. 농식품부는 일본의 김치 수입액이 작년 상반기보다 24.4%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건강식품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산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도 김치의 잠재적인 소비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김치를 거의 먹지 않던 곳들로의 수출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EU가 젓갈류를 사용하는 김치의 안전기준을 대폭 높였지만 국내 대기업인 CJ제일제당과 대상 등이 중소기업에 기준을 충족하는 젓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수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겨냥해 농식품부는 EU에서 '김치 레시피 챌린지', '라이브 쿠킹쇼'를 연다고 하네요. 식품 구독 서비스와 연계한 시장성 테스트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값싼 중국산 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식당들의 사정 때문입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해 4월 20∼30일 국내 음식점 1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식업체 중국산 김치 파동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파동 전후 수입 김치 구매 비율은 47.1%에서 43.1%로 4.0%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수입 김치를 국산 김치로 바꿀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67.9%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수입산 김치를 국산으로 바꾸지 않는 이유로는 53.2%가 국산 김치 단가가 비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농식품부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응답이 나왔습니다. 농식품부가 2019년 김치산업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수입김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 첫 손에 꼽혔습니다. 수입김치 가격은 배추김치가 국산 대비 48.3%, 깍두기가 44.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분간 이같은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매체가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산 김치가 한국의 국산 김치 확산 전략을 무산시켰다"고 조롱했는데 딱히 반박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국산 김치 인증제를 확대하고, 배추 등 원재료 가격 폭등시 정부가 국산 김치 사용 음식점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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