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헛물 켠 PK·TK "삼성가 역사 봐야"

입력 2021-07-07 14:57   수정 2021-07-07 15:06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가 서울 용산과 송현동 두 곳으로 압축되면서 고배를 마신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균형발전 역행'이라는 표현부터 '수도권 일극주의'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발표에서 "지자체 40여 곳이 의사를 이건희 특별관 의사를 밝혔다"며 "공모하면 좋겠지만 결정했을 때 떨어진 지자체의 허탈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자 삼성그룹 지역 기반이 있는 대구·부산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황희 장관을 만나 삼성가(家)의 역사와 미술도시로서 적합성·접근성이 뛰어나 대구가 적격이라는 입장을 전했는데 결국 서울로 결정했다"며 "서울 집중화 현상이 심각한데 차라리 다음 정권으로 미뤄 건립 지역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정부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서울 유치 결정,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일극주의 증명인가?' 제하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나? 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나?"라며 "문화부 결정은 한마디로 한국의 관료 행정이 얼마나 서울 중심주의와 수도권 일극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전국 30여 개 지자체가 문화 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으로 지역 유치를 간절히 원했는데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렸다"며 "최소한 공모라도 해달라는 지역의 요구도 일거에 묵살해 지역의 국민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 지역 무시와 오만 행정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삼성 그룹과의 연고가 없는 지자체들도 반발했다. 강원도는 공모를 거치지 않은 이런 방식의 결정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고 의정부시는 경기 북부의 지역균형발전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세종 범시민추진위는 "국내 문화예술 시설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문화적 기회균등 차원에서 아쉽다"며 "문재인 정부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내세우면서 수도권 편향적인 결정을 내려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자체의 반발을 예상했다"며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지를 잘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황 장관은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눴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고려해 방대한 기증품에 대한 국가적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고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규명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증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문서, 서적 등 전적류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국립중앙도서관 등과 협력하고, 리움미술관 등 국내외 박물관·미술관과 협력해 다양한 교류, 전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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