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올해와 비교해 4579억원(12.3%) 늘린 4조1680억원으로 책정했다. 한국의 ODA 규모가 4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보건과 인도적 지원 분야의 예산이 크게 늘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2일 처음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가운데 그에 걸맞은 기여를 국제사회에 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7일 열린 ‘제3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내년도 ODA 사업요구 규모를 4조1680억원으로 정하고 총 87개국을 대상으로 45개 기관에서 1844개 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보건 분야는 내년 4584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36.5% 증가했고 인도적 지원 분야는 2916억원으로 올해 대비 51.1% 증가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과 기후 변화 대응 선도를 내년도 전략과제로 선정한 만큼 한국의 ODA 역량도 관련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현재 전체에서 19.6%를 차지하는 기후·녹색 분야 ODA는 2025년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평균(28.1%)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이 단독으로 지원하는 양자 협력과 무상원조의 비중도 크게 늘어 ‘선진국형 ODA’에 한층 가까워졌다. 내년도 양자 협력금은 총 ODA의 82.2%로 올해 대비 4.5%포인트 증가한 3조4273억원이 책정됐다. 반면 다른 나라와 함께 지원하는 다자 협력금은 740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무상원조는 올해 대비 5.5%포인트 증가한 2조1169억원으로 전체의 61.8%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전체 지원 금액에서 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전년 대비 3.3%포인트 감소한 37.2%로 줄어들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9.6%와 8.0%를 소폭 늘었다.
김 총리는 “정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넘어 ODA에서도 국제사회 리더 역할을 수행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이 주요 선진국들과 당당히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현안의 해법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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