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진이 4년 만에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로 돌아왔다. 초연 때 20대이던 그는 이제 30대가 됐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전과 다른 올리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공연 땐 같은 역을 맡은 형들과 나이와 내공 차이가 있어 저도 모르게 ‘나만의 올리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연기를 보면 에너지도 크고 목소리 톤도 높더라고요. 이번 공연에선 나이가 든 만큼 더 깊은 감정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맡은 올리버는 205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된 ‘헬퍼봇’이다. 하지만 주인에게 버려져 혼자 지내고 있다. 그러다 이웃 헬퍼봇 클레어를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깨닫게 된다.
“안무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이전보다 로봇 연기를 좀 덜어냈어요. 예전보다 더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죠. 그래도 로봇으로서 제가 꼭 살리고 싶은 부분은 남겨뒀어요. 턱을 넘어가거나 할 때 버퍼링이 걸린다든지 반딧불이를 볼 때 목의 움직임을 사람과 약간 달리하는 식이죠.”
작품의 오랜 인기 비결로는 대본의 힘을 꼽았다. 정욱진은 “트라이아웃 공연 때부터 대본이 5%도 바뀌지 않을 만큼 처음부터 잘 쓰여진 작품”이라며 “작품 속에 온전히 있기만 하고 텍스트만 잘 따라가도 깊은 감정에 도달하게 된다”고 극찬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그는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더 데빌’ ‘여신님이 보고계셔’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등으로 무대에 꾸준히 오른 데 이어 최근엔 ‘빈센조’ ‘오월의 청춘’ 등 TV 드라마에도 잇달아 출연했다.
“공연과 방송 둘 다 정말 재밌고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제 인생을 잘 살아내고, 그걸 맡은 배역에 잘 녹여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공연은 9월 5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