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플랫폼株' 레고켐, 한 달간 30% 껑충

입력 2021-07-07 17:23   수정 2021-07-14 16:42


플랫폼 사업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다. 대면 접촉이 끊긴 상황에서 플랫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업종별 1등 플랫폼 기업이 주도주로 부상했다. 인터넷에서는 구글, 전자상거래에서는 아마존, 자율주행에서는 테슬라가 대장주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금까지 코스피지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여러 업종에서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바이오주는 플랫폼과는 거리가 먼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신약 개발이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바이오에서도 기술을 플랫폼화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주가가 30% 오른 레고켐바이오가 그 주인공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대한민국 혁신기업 30’에서 바이오 분야 혁신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2세대 ADC 기술 주목

7일 레고켐바이오는 3.3% 오른 6만2600원에 마감했다. 이달에만 주가가 17.9% 올랐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이 28%로 바이오주 내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10.9% 오른 코스닥150 헬스케어지수를 세 배가량 웃돌았다.

레고켐바이오를 사들이는 것은 큰손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달 외국인은 155억원, 기관은 2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도 총 40억원 가까이 사들였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레고켐바이오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이다. ‘이상적 항암제’로 불리는 ADC는 항체와 약물을 결합해 특정 세포만 공격하는 기술이다. ADC에 어떤 약물도 갖다 붙일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업계 플랫폼으로 불린다.

플랫폼이기 때문에 수익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ADC 플랫폼을 수출해 돈을 벌 수 있고, ADC 플랫폼에 특정 약물을 얹어 신약을 개발하면 판매에 대한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3년 상장 이후 10건이 넘는 기술수출을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세대 ADC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1세대는 항체에 약물이 무작위로 붙어 약효가 떨어지고 독성이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레고켐바이오의 2세대 ADC는 항체에 붙는 약물 개수를 정할 수 있게 기술을 발전시켰다. 2세대 ADC 기술을 임상 수준까지 끌어올린 기업은 레고켐바이오를 포함해 전 세계 2~3개뿐이다.
“상승 여력 가장 크다”
증권업계는 레고켐바이오가 바이오주 가운데서도 상승 여력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같은 ADC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시가총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이 안정성을 입증해 상용화에 성공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올해 3분기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중국 포선제약에 기술이전한 HER2-ADC 물질의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ADC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 시애틀제네틱스는 시가총액이 31조원 수준이다. 이날 종가 기준 레고켐바이오의 시총은 1조5097억원이다.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레고켐바이오는 ADC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바이오 플랫폼 기업 중 ‘업사이드 포텐셜’이 가장 큰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시애틀제네틱스는 단일 ADC 의약품인 애드세트리스로만 2019년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가 상승 모멘텀도 풍부하다. 증권업계는 하반기에 2~3건의 기술수출이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2019년 27억달러에서 2026년 248억달러까지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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