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액(217조7558억원·명목 기준) 가운데 식료품·비(非)주류음료 지출(29조16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4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13.3%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2000년 2분기(13.5%) 후 가장 높았다. 지난 1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역대 최대치였다.
엥겔지수는 통상 소득이 높아질수록 낮아진다.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식음료비 지출보다는 오락·문화 등 여가생활 씀씀이가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엥겔지수는 1990년 20%대에서 2019년 11.4%로 지속해서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엥겔지수는 12.9%로 반등했다. 코로나19로 바깥 활동과 여가활동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족’이 늘어난 결과다.
영화 관람료와 헬스장 이용료 등을 나타내는 오락·스포츠·문화비 지출은 올 1분기 12조6700억원으로 2013년 1분기(12조4799억원) 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외식·숙박비 씀씀이도 줄었다. 가계의 음식·숙박서비스업 지출액은 지난 1분기 18조4901억원으로 2013년 4분기(18조4173억원)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엥겔지수가 오름세를 지속한 데는 코로나19 영향과 함께 식음료 물가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8.2%나 뛰었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한 2011년 3분기(9.0%) 후 최고치다.
식료품 가격이 치솟은 것은 지난해 긴 장마와 잦은 태풍 영향에다 올초 한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기상 악화로 식자재 출하량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올 1분기 파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1.6%나 뛰었다. 파 가격이 폭등하자 집에서 파를 재배해 먹는 이른바 ‘파테크(파+재테크)’ 유행까지 번지기도 했다. 같은 기간 양파와 사과도 각각 54.9%, 52.0%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번지면서 달걀을 낳는 산란계를 대량 살처분하자 달걀 가격은 32.1% 급등했다. 올해 2분기에도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이어진 데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또한 7.3%로 예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엥겔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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