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지난해 말 ‘3차 유행’과는 사뭇 다르다. 종교시설·요양병원·교도소 등 특정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3차 유행과 달리 사회적 활동량이 많은 20·30대를 중심으로 산발적 감염이 지역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4배나 강한 인도발(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확산세를 부추겼다. 여름 휴가철로 인한 이동량 증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규모 집회 등 8월까지 확진자를 2000명대로 밀어 올릴 요인도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금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도 5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비상이 걸렸다. 서울·세종·과천정부청사도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근무자 158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교사 등 확진자가 16명 추가로 확인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42명으로 늘었다.
곳곳에서 ‘N차 감염’이 잇따르자 이날 수도권 선별진료소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으로 붐볐다. 현대백화점 인근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선 아침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으로 1㎞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다. 무증상·경증 환자가 급증하는 탓에 생활치료센터 병상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날 기준 생활치료센터의 가용 병상은 2675개다.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 수일 내 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차 유행 때는 없던 델타 변이도 변수다. 델타 변이 확진자 중에는 20·30대가 많다. 중대본에 따르면 20대의 델타 변이 검출률(코로나19 확진자 중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비율)은 17.1%, 30대는 14.9%였다. 전 연령대의 평균 검출률(12.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정도 조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거리두기 단계에서 확진자가 줄어드는 건 기적에 가깝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거리두기 단계를 최고로 올려 확산세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 된 클럽·주점 등을 일시적으로 집합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확산세가 계속되면 새 거리두기 기준 4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4단계 기준(수도권 1000명 이상)을 충족하면 지자체와 협의해 4단계 적용을 즉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 지금처럼 4명까지만 모이되, 오후 6시 이후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행사·집회도 전면 금지되고 클럽·헌팅포차·감성주점 등에도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된다.
이선아/하수정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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