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도화선' 스테이블코인…한은 '코인 대응 보고서' 낸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7-08 06:00   수정 2021-07-08 10:36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웃도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위기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한국은행도 대응에 나섰다. 관련 대응 방안을 담은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감시 및 규제책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을 금 달러 등 안전자산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가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암호화폐(가상화폐)로 1코인이 1달러 가치를 지니는 테더(USDT) 등이 대표적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 금융결제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동향과 중앙은행 역할 연구' 용역 입찰 공고 냈다. 한은은 외부 연구자와 함께 조만간 스테이블코인 대응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보고서 발간은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규제·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구와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 방향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규제를 하기 위한 작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중앙은행이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한은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국중앙은행(BOE)도 지난달에 '디지털 화폐의 새 유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기존 은행과 비슷한 강도의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소가 은행처럼 엄격한 자기자본비율 등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소에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암호화폐 대응과 감시방안을 담은 '암호자산시장법안(MiCAR·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을 내고 유럽중앙은행(ECB)과 협의하고 있다.

금융위기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BOE와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IB)인 맥쿼리는 향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다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높은 데다 레버리지 등 파생상품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테더의 경우 시가총액은 70조원을 웃도는 데다 2018년 발행된 USDC는 30조원에 육박한다. 100조원을 웃도는 스테이블코인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손실이 불어나고 금융시장으로 충격이 전염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이 같은 우려는 일부 현실화했다. 타이탄이라는 암호화폐는 지난달 한때 6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금세 0달러로 수렴하며 폭락했다. 가치가 증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타이탄을 투매하는 등 '코인런' 사태가 이어진 결과다.

이 같은 코인런이 벌어질 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투자자에게 현금을 제공하기 위해 이 코인이 담보로 잡은 달러 또는 채권, 암호화폐 등을 시장에 대거 매도해야 한다. 그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등 금융위기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한은이 관련 규제·감시방안을 갈수록 체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스테이블코인이 한은과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따라 거래가 위축되거나 가격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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