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SK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두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간 경쟁 구도를 유도하고 있다. 거래 초반 글로벌 및 국내 정유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 유치를 우선에 뒀지만 원매자 확보에 실패하면서 선회한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본업인 정유와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겠다 선언하면서 IB업계에선 SK에너지의 지분 매각 등 파생 거래로 이어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두고 최근 PEF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의사를 묻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간이 매각 주관사를 맡고 있다. 애초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석유화학업계 전략적투자자(SI)와 국내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합작사(JV)형식으로 지분 매각을 타진하겠다 공식적으로 밝혀왔지만, 저조한 참여로 인해 FI를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연초 국내에서 에쓰오일에 지분 인수 의사를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재료 설비를 필요로 할 일부 후보들엔 SK이노베이션들의 주요 계열사인 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의 울산공장 등도 함께 묶어서 지분을 매각해 석유화학 분야 밸류체인을 그대로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대기업들이 거절 의사를 밝힌 데다 글로벌 SI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PEF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를 IMM크레딧펀드에 매각해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재원 확보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을 부여하는 등 일정정도 위험방지조항(Downside-Protection)을 제공하면서 빠르게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및 석유개발(E&P) 사업 분할 등의 내용을 담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비전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정유 분야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친환경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는 파격적 방안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IB업계에선 전격적인 사업 재편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진행 중인 SK종합화학 지분매각 뿐 아니라 정유업을 꾸리는 SK에너지와 인천석유화학 등의 매각 혹은 유동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종이 여전히 영업이익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 현금흐름 측면에선 양호한 수준인 만큼 경영권 인수 기회가 열릴 경우 PEF운용사들의 관심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글로벌PEF중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맞춰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은 탄소 배출 관련 사업을 싸게 매입해 현금흐름을 통한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PEF 운용사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몇년 더 일찍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아시아 지역 내 정유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정유·화학사들의 관심이 쏟아졌겠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체들이 설비확장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SK그룹 계열사 중 중심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산 유동화에는 가장 미진했던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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