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의 한쪽을 과도하게 편든다 싶을 때면 고용노동부도 존폐론에 시달린다. 문화·청소년 같은 아젠다부터 과학기술·중소기업까지 다 그렇다. 선거 때면 부처 통폐합과 신설 공약이 난무하고, 정권출범 때마다 뚝딱뚝딱 부·처·청·위원회가 생겼다 없어지는 까닭이다.
이번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으로 여야가 떠들썩하다. 특정 부(部) 존폐가 공약으로 언급되며 단숨에 화끈한 논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대선의 조기 과열을 잘 보여준다. 유승민 전 의원이 ‘여가부 폐지, 양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주장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런 공약을 내라며 가세했다. 폐지론에 대한 범여권의 비난은 다 옮기기 버거울 정도로 격하다.
모로 가도 둘러 가도 이 논쟁의 핵심은 ‘젠더 이슈’다. ‘한남충’ ‘김치녀’라는 기가 막힌 말이 상징하듯, 젊은 남녀의 집단 대립적 갈등은 걱정스러울 정도다. 여가부 폐지론자는 이 지경이 되도록 법령 집행권과 예산 편성권을 가진 독립 부처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고 야당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목소리를 냈어야 할 ‘사회 이슈’에서 제 역할을 못 했다는 힐난도 깔려 있다. 여가부를 비롯한 옹호론자는 “이게 여가부만의 문제냐”는 항변을 한다.
어느 쪽이든 ‘성 대결’을 해소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 여당이 반박을 하더라도 “대안은 뭐냐”고 공박하는 게 어떨까 싶다. 대뜸 ‘편가르기’라는 식의 역공세를 하면 그 또한 은근히 편나누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길 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여가부가 해야 할 일과 실제로 한 일, 태만한 업무에 대한 검증 토론부터 벌여보길 권한다.
논리도 정공법도 없고 툭하면 신경질이나 내는 감정 정치, 감성 선거에 유권자는 신물이 난다. 지금쯤 “그러면 이참에 남성가족부도 만들자”며 표계산 두드리는 후보는 없을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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