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으로 돌아선 마켓컬리, 증권사 '주관사 전쟁' 불붙었다

입력 2021-07-08 18:49   수정 2021-07-09 02:09

미국 상장을 추진하던 마켓컬리가 국내 상장으로 계획을 바꿨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의 미국 상장 여건이 악화된 데다 한국거래소가 유니콘기업을 적극 유치한 영향이다. 마켓컬리의 상장 주관을 맡기 위한 국내 증권사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미국 상장 절차를 중단하고 조만간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18년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 상장을 준비해왔으나 올초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것을 계기로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자 다시 국내 상장으로 돌아섰다. 유니콘기업에 대한 국내 기업공개(IPO)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완화했다. 지금까지 적자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시가총액 1조원만 넘으면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적자를 내도 상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래소가 국내 상장 이점을 마켓컬리에 적극 알리면서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미국 기업공개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최근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공개 시장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카카오페이는 최근 기업가치를 16조원 규모로 평가받았고 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선두주자인 마켓컬리도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원대다. 일각에서는 연매출 1조원에 주가매출비율(PSR) 4~5배를 적용해 상장 시 최대 5조원 이상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사이에서는 마켓컬리의 주관사 지위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경쟁사인 오아시스의 상장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기존 주관사이던 삼성증권과는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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