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900만원 부부, 가사도우미 부르는 게 허세인가요?"

입력 2021-07-11 21:00   수정 2021-07-11 21:06


퇴근 후 육아에 집안일까지 버거움을 느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지만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고민이라는 네티즌의 사연이 공개됐다.

네티즌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A씨 부부는 급여에 소소한 주식 투자 등을 더해 월 900만 원 정도의 소득이 고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집 대출금에 생활비, 자녀들 교육비, 적금을 제하면 금전적으로 빠듯하긴 했지만,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A씨는 전했다.

남편과 이견을 보인 부분은 '가사도우미 고용' 문제였다. A씨 부부는 가사를 분담해 각자 퇴근 후 설거지, 청소, 육아, 빨래는 물론 쓰레기를 버리고 거실 정리 정돈 등을 했다. A씨는 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맞벌이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저녁밥 해먹고, 치우고, 이틀에 한 번 빨래 돌리고, 아이들을 재우는 것까지 버겁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굳이 가사의 비중을 따지자면 남편이 자신보다 조금 더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편 또한 굉장히 피곤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청소를 같이 하자고 하더라. 지금 하고 있는 것까지는 그나마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지만, 청소와 정리 정돈까지 추가로 하는 건 무리다. 시간도 없고, 그 시간을 쪼개 청소까지 할 자신이 없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에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A씨의 남편은 "하루 와서 치워도 며칠 지나면 금방 더러워지는데 그렇게 돈 쓰는 게 아깝다"고 말했다. 평소 습관적으로 잘 치우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A씨를 향해 "사치고 허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씨는 "모임 횟수를 줄이거나 점심을 사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아껴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싶은데 남편과 잘 조율이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청소만으로 가사 도우미를 쓰느니 남편과 서로 일을 더 배려하며 나눠보는 건 어떨까", "제 자리에 두고 정리하는 습관만 들여도 나아질 것 같은데"라고 반대 의견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맞벌이에 어린 애들까지 키우면 정말 힘들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들 바에는 돈을 쓰는 게 낫다", "맞벌이 하는 데 굳이 집안일에 감정 소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남편은 남편 몫을 하면 되는 거고 본인이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 돈으로 도우미를 부르면 될 듯"이라고 A씨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취업 포털 업체가 직장인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대다수의 맞벌이 부부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무려 92.6%에 달한 것.

스트레스 요인 1위로는 A씨의 사례처럼 '회사와 가사일의 병행'(60.3%)가 꼽혔다. 이어 '고생하는 것에 비해 적은 수입과 저축액'(48.7%), '자녀 직접 양육 문제'(33.3%), '가사 분담 정도에 대한 갈등'(29.1%), '자녀 교육 문제'(27%),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화풀이'(22.2%) 순이었다.

가사 관련 갈등이 잦은 만큼, 맞벌이 가정에서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맞벌이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의 26.8%가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사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36.8%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맞벌이 여부가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부부 간 건설적인 미래 계획과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 서로에 대한 배려심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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