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아파트지구에 있는 시범, 삼익, 광장 등 11개 단지를 8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어 재건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의도 재건축은 2018년 당시 박원순 시장이 통개발 구상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보류돼 왔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개발의 큰 틀은 제시하되 개별 단지의 재건축 길을 터주기로 했다.
9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 같은 지구단위계획 초안을 마련해 다음달까지 11개 단지별로 설명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9, 10월께 주민열람 등을 거쳐 연내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재건축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초안에는 여의도 아파트지구(제3종 일반주거지역) 11개 단지를 8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8개 구역은 △목화, 삼부 △시범 △삼익 △은하 △장미, 화랑, 대교 △한양 △광장 △미성 등으로 구분했다. 이와 별도로 여의도 금융지구(일반상업지역)는 4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개발할 예정이다. 여기엔 △수정 △공작 △서울 △진주 등 4개 단지가 포함된다.
서울시는 8개 특별계획구역을 정하면서 종상향을 해주기로 했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이들 단지는 일반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각각 용도지역이 상향된다. 일반상업지역은 용적률 800%, 준주거지역은 400%까지 적용받는다. 또 주상복합으로 지을 경우 50층 이상 건축도 가능하다. 다만 종상향에 따른 기부채납 등도 함께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단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정해 재건축을 허용할 계획”이라며 “충분한 사전 의견 수렴을 통해 순조로운 사업 진행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초안을 가지고 다음달까지 11개 단지별 주민대표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4일(아파트 지구)과 25일(금융지구) 단지 주민대표들을 불러 지구단위계획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멈춰 있던 여의도 재건축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구단위계획만 정해지면 구역별로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2011년 여의도를 초고층 업무시설과 주거시설이 혼재한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상업지역 용도 상향 대가로 최대 40% 기부채납을 요구했다. 그러자 주민 반발이 커져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연내 지구단위계획이 마무리되면 여의도 재건축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민 반발이 심하면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전 설명이 중요하다”며 “특별계획구역의 성공 여부는 기부채납 비율 등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5호선 여의나루역이 가깝고 한강변에 있는 목화와 삼부는 통합 개발에 따른 갈등이 우려된다. 상업지역으로 종상향돼 용적률이 높아지는 대신 목화 자리에는 수변공원 등을 조성하는 개발 안이기 때문이다. 한 목화 주민은 “초역세권 입지와 한강 조망권을 포기하고 재건축을 하라는 얘기여서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광장은 대로변을 두고 쪼개진 1, 2동과 3, 5~11동이 분리재건축 여부를 두고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안전진단 C등급을 받아 통합재건축을 해야 하는 1, 2동 주민들이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하는 3, 5~11동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정재웅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거와 달리 개발 단지와 소통하면서 지구단위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은 재건축에 속도를 내려는 서울시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다만 일부 한강변 단지 등의 반발이 예상돼 합의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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