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제조업체 SD바이오센서의 공모주 청약에 32조원가량의 시중 자금이 몰렸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진단키트 판매 호황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SD바이오센서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세계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가장 많이 판매(약 7억 개)한 회사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D바이오센서가 IPO를 위해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받은 결과 31조9120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이 세운 30조9865억원을 넘어 역대 5위 기록을 새로 썼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4.02 대 1을 기록했다.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이 273.52 대 1을 기록한 가운데 또 다른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271.61 대 1), 인수업무를 맡은 삼성증권(281.09 대 1)과 KB증권(277.69 대 1)도 200 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보였다. 증권사별 중복 청약이 금지되기 직전 등장한 대어급 공모주에 투자하기 위해 네 개 증권사 계좌를 통해 한꺼번에 청약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열기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분석이다. SD바이오센서는 청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확 당기는 공모주로 평가받진 못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핵심 수익원인 진단키트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해서다. 지난해 7383억원, 올 1분기 576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지금이 정점”이란 평판이 줄곧 따라붙었다. 자연스럽게 몸값 고평가 논란이 일었고, 금융감독원도 증권신고서를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 회사는 결국 희망 공모가격을 맨 처음 제시했던 수준보다 약 40% 낮춰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최근 심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세계에 걸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역시 4차 대유행 국면으로 치달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316명으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SD바이오센서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이 회사는 5~6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114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크게 낮춘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4차 대유행으로 영업환경이 더 좋아졌다”며 “갑자기 예상 실적 대비 공모가가 싸다는 인식이 형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가 실물경제 위축에 이어 증시 침체로 이어지면 IPO 시장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우려로 1.07% 급락한 3217.95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증시 분위기 변화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플래티어와 브레인즈컴퍼니는 이달 중순 예정됐던 청약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