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리얼미터를 포함한 다른 기관 여론조사에서도 지난달 민주당을 역전했다.
하지만 성별·연령별 구체적인 응답 내역이 담겨 있는 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는 여전히 민주당(32.3%)이 국민의힘(29.2%)을 앞섰다. 특히 국민의힘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도는 1%까지 추락해 야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대 남성 지지를 등에 업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2030 여성 지지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등 젠더 갈등이 내년 대선 레이스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38%로, 관련 조사가 이뤄진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호감도는 33%였다. 이어 정의당 25%, 국민의당 19%, 열린민주당 18% 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전주와 같은 38%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는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53%였다.
같은 기관이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6.4%였다. 4개월 새 국민의힘 지지도는 쪼그라든 데 비해 민주당 지지도는 28.8%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7월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44.9%로 모든 성별·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민주당 지지도는 16.5%였다. 2월 20대 남성의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17.4%, 민주당 24.3%였다. 이 기간 국민의힘 지지도는 27.5%포인트 올랐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7.8%포인트 빠졌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2030 여성의 ‘국민의힘 비토(거부) 현상’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1 대 1 구도를 가정했더니 20대 여성의 이 지사 선호도는 41.4%로 윤 전 총장(12.7%)의 세 배를 넘었다. 30대 여성에서도 이 지사(47.7%)와 윤 전 총장(21.5%) 간 차이가 두 배를 넘었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야권에 대한 2030 여성의 낮은 지지도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도에서 ‘여가부 폐지론’ 등 젠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장이 국민의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점은 야권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지난 6일 나란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도 “여가부가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대선 후보가 되실 분들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여성계는 야권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여권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혐오와 분열을 자극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정치는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여가부 폐지론이 젠더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 대표는 급히 ‘작은 정부론’으로 화제를 돌렸다.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 문제는 작은 정부론과 닿아 있다”며 여가부 외에 축소·폐지해야 할 부처로 통일부를 거론했다.
오형주/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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