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이란 단어를 들으면 보통 어떤 느낌이 들까? 방사선을 공부하고, 다뤄온 필자지만 일반인에게 방사선이라는 단어가 기분 좋게 다가가지 않으리라는 건 쉽게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방사선은 우리 몸에서도 지금 나오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에는 칼륨-40, 탄소-14, 루비듐-87, 납-210, 폴로늄-210과 같은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어 방사선을 계속 방출한다. 체중 60kg 성인 기준으로, 약 6000~7000Bq(베크렐, 1Bq은 1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능)정도라고 한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물질은 조금씩 방사선을 내뿜는다. 우리는 방사선에 둘러싸여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생명체는 주위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에 적응하고 진화하며 생명을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환경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을까? 지각을 구성하는 물질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지각방사선 노출량은 나라별 도시별로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세계의 1인당 피폭선량은 연간 평균 2.4mSv(밀리시버트, 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측정단위)다. 우리나라는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 중 화강암이 많아 세계 평균보다 조금 높은 3.1mSv의 피폭을 받는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이란 람사르에서는 연간 최대 400mSv, 브라질 과라파리시의 해안에서는 최대 175mSv의 피폭을 받는다고 한다. 이 지역의 지하에 라듐 우라늄 등이 많이 매장돼 있는 지질학적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보다 많게는 100배 이상의 피폭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 UNSCEAR(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은 지속적으로 조사를 한다. 아직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건강상 차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우주방사선은 높은 고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더 영향을 받는다. 비행기에 자주 탑승하는 항공종사자들이 우주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주방사선은 항성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대기권에 진입해 공기를 구성하는 산소와 질소의 원자핵과 핵반응을 일으키며 지구에 도달한다. 극지방에서 관찰되는 오로라는 태양 표면에서 흑점이 폭발할 때 나오는 높은 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권을 때리며 나타나는데, 오로라가 보인다는 것은 우주방사선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가시적인 증거가 된다.
인공방사선의 대표적인 예는 의료용 방사선이다. 우리는 엑스선, CT, 방사선치료 등 방사선을 검사나 치료에 다양하게 활용한다. 엑스선 검사를 통해 우리 몸의 뼈 상태뿐 아니라 흉부질환을 기본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CT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질환을 검진할 수 있다. 의료용 방사선의 피폭량은 CT 검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1회 10mSv, 최대 25mSv, 흉부 엑스선 검사는 1회 0.1mSv 정도다. 보통 전신이 아니라 국소에 조사(照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방사선은 칼과 같다. 칼은 무기로도 사용하는 위험한 물건이지만 물건을 자를 때, 요리할 때 없어선 안 된다. 방사선도 마찬가지다. 높은 선량의 방사선을 아무런 지식 없이 휘두른다면 매우 위험하겠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낮은 선량의 방사선을 매우 까다로운 관리하에 유용하게 사용해왔다. 방사선은 아는 만큼 더 유용하게 다룰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방사선 이용 연구 경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사선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사선을 단순히 무서운 존재로만 생각하지 않고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과학 발전의 도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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