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도 전동화 전략에 본격 힘을 싣는다. 4년 뒤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만 생산하겠다는 목표로 전기차 개발·양산에 약 300억유로(약 40조8234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대규모 배터리 수주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배터리 협력 업체로 국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중국 CATL, BYD, 스볼트 에너지테크놀로지(SVOLT) 등 아시아 업체들이 거론됐다.
아직 확정 협력사가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삼성SDI의 경우 북미 공장 건설 합작사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GM-LG에너지솔루션, 포드-SK이노베이션 연합에 이은 또 하나의 국내 배터리-미국 자동차 회사 간 거대연합 탄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독일·이탈리아·프랑스 3개국 유럽과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 5곳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와 합작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2025년까지는 우선 1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뒤 2030년 이를 두 배 수준인 260GWh로 늘리는 스케줄. 지역별로는 2025년까지 유럽 80GWh, 미국 50GWh, 2030년까지 유럽 170GWh, 미국 90GWh의 배터리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배터리 용량 1GWh는 60킬로와트시(kWh)급 전기차 1만7000여대 분량이다.
협력 업체로는 국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BYD, SVOLT, 프랑스 오토모티브 셀 컴퍼니(ACC) 등이 언급됐다. 이들 중 이미 공급계약을 맺은 업체가 있으나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브랜드 중 하나인 피아트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점도 이 같은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삼성SDI는 헝가리 소재 배터리 공장이 있어 유럽 생산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진출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발표는 향후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간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경쟁 제조사들에 비해 전동화 전략이 다소 늦은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얘기다.
이날 스텔란티스는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전용 플랫폼은 미래 자동차 업계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전용 플랫폼이 있다면 배터리 용량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다. 주행거리, 충전 시간 등 전기차 경쟁력과 직결된다. 미국 테슬라, 현대차그룹(E-GMP), 아우디폭스바겐그룹(MEB) 등 전기차 선도 업체들이 관련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다.
스텔란티스는 총 4개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차량은 1회 충전으로 500~800km의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분당 32km의 고속 충전 기능도 제공한다. 스텔란티스는 "각 플랫폼이 연간 최대 200만대의 생산량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란티스는 미국-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합병으로 올해 1월 출범했다. 푸조, 시트로엥, 지프, 피아트, 마세라티 등 총 15개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지난해 총 681만대 판매량을 낸 전 전세계 4위 업체다. 시장 점유율로는 전 세계 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판매 기준으로는 GM, 포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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