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는 2주일》이란 제목만 보고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할 친구들이 많을 것 같다. 이미 3년 전에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96.5%가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110%를 넘었다. 핸드폰을 2대 소유한 사람이 국민의 10%를 넘는, 세계 최고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면 거의 모든 사람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은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거나 통화를 하며 걷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핸드폰 좀 그만 봐”라고 말하지만, 어른들끼리 만났을 때 어느 순간 침묵하고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나의 분신처럼 애지중지하는 핸드폰을 2주간 사용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중편소설 《핸드폰 없는 2주일》을 쓴 플로리안 부셴도르프는 독일 베를린의 고교 교과 연구 책임자인 만큼 청소년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나는 유튜브 스타가 될 거야》 《당황스러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같은 흥미로운 소재의 작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핸드폰 없는 2주일》은 핸드폰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핵심적인 사건 몇 가지를 활용해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교생 실습을 나온 슈미트 선생님은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a반 학생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제비뽑기를 통해 14명은 핸드폰을 학교에 제출하고 14명은 평소대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반발했지만 결국 제비뽑기를 한다.
정상인과 핸없사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교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쯤에서 핸드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종일 핸드폰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핸드폰으로 나쁜 일을 도모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라. 최근 일어나는 대부분의 범죄는 핸드폰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 핸드폰으로 나쁜 동영상을 찍고, 그걸 유포한 20대 범죄자들이 줄줄이 중형을 받았다. 추적을 피해 외국에 소굴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속여 거액을 뜯어내는 피싱 범죄도 핸드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07년 휴대전화에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친구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디지털 원주민 세대다. 핸드폰과 분리될 수 없는 세대인 만큼 올바른 사용법을 확실히 익혀야 한다. 핸드폰으로 나쁜 짓 한 걸 저장했다가 지워도 디지털 포렌식으로 다 살려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전송하면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 증거로 남는다. 어릴 때 잘못 행동한 사실이 나중에 들통 나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매사 조심해야 한다.
핸없사 학생들의 부모들이 반발하면서 교장이 핸드폰을 다시 돌려준 날 슈미트 선생이 보이지 않는다. 슈미트 선생이 해고되었다고 생각한 요한나가 급하게 단톡방에 문자를 올렸고, 다음날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슈미트 선생 해고 반대 플래시몹’을 진행한다. 하지만 슈미트 선생은 전날 몸이 아파 학교에 나오지 못했을 뿐이다.
핸드폰은 빠르게 소식을 전해주고 좋은 행사도 순식간에 펼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헛소문을 빠르게 퍼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데도 이용된다. 《핸드폰 없는 2주일》은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핸드폰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단 며칠이라도 ‘핸없사’가 되어 생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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