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위 택배업체 로젠택배가 국내 패션·유통 부문 중견기업인 대명화학에 팔린다. 대명화학은 로젠택배 인수로 물류 부문을 강화해 자사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9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를 보유하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베어링PEA는 이날 대명화학에 지분 100%를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대명화학 내 패션 부문 자회사인 코웰패션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거래 금액은 약 3400억원이다. 매각 실무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대명화학은 패션플러스, 모다아울렛, 코웰패션 등 의류 패션 부문 유통을 주력으로 하면서 전자, 화학, 부동산 부문까지 거느린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조3300억원, 영업이익 1490억원(이상 연결기준)을 각각 올렸다. 회계사 출신 권오일 회장이 2010년 설립해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키웠다. 전자부품 제조사 모다이노칩, 엠디자산개발구리, 에코송산, 로지스밸리 등 계열사도 10여 곳에 이른다.
특히 2015년 이번에 로젠택배 인수 주체로 나선 코웰패션을 사들여 우회상장한 후 패션 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골프 의류 업체 씨에프디에이와 화장품 업체 코트리, 핸드백 브랜드 엠스코르를 판매하는 엑서머스 등을 추가로 인수했다. 대명화학은 로젠택배 인수를 계기로 단순 패션그룹을 넘어 온라인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로젠택배는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인 중형 택배 업체다. CJ대한통운 등 대형 업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이익을 내고 있다. 전국에 10개 물류터미널과 300개 이상의 지점도 갖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실적이 크게 향상했다. 지난해 매출은 5128억원, 영업이익은 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8%, 24.0% 증가했다.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한 후 우여곡절을 거치다 8년 만에 매각에 성공하게 됐다. 베어링PEA는 2016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CVC캐피탈파트너스와 계약을 체결했다가 막판에 무산됐고, 지난해에도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중단됐다.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대명화학이 원매자로 등장하자 다시 매각으로 선회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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