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건 22명 중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와 동일 부대에서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협박한 B상사와 C준위 등 총 3명은 구속기소됐다. 또 증거인멸 혐의가 있는 정보통신대대장 등 7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성추행 발생 직후부터 공군내 수사를 거쳐 이 사건이 6월1일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되기까지 거의 전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처리됐던 것으로 국방부 합동수사 결과 드러났다.
공군경찰단과 공군 법무실은 부실 수사로 일관했고,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 등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중사 사망 발견 당일인 5월 22일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에겐 사망자가 성범죄 피해자란 사실이 보고됐지만,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에선 '단순 변사사건'으로 허위보고되는 등 보고체계도 허점 투성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청원휴가 기간 중 상당기간을 부대 안 숙소에 머물렀는데, 1·2차 가해자들 숙소와는 짧게는 30여m, 많게는 960m 거리에 있어야 했다.
피해자 이 중사가 제20전투비행단에서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문건 곳곳에서 성추행 피해자란 사실이 드러나 2·3차 가해를 야기했다. 15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과 중대장 등은 "새로 오는 피해자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전입을 오니,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라" "이번에 전입해 오는 피해자에 성 관련된 일로 추측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새로 옮겨간 부대 상당수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상황에서 이 중사는 부대를 옮긴 직후 이틀간 17곳을 방문하며 '전입 신고'를 했다.
5월 18일 새 부대에서 첫 출근한 날 PCR 검사를 받고, 20일엔 야근을 했다. 그리고 이튿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재배치 부대에서의 수군거림과 2차 피해로 인해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고통을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반면 가해자인 장 중사는 성추행 직후 피해자에게 "너 신고할거지? 신고해 봐"라거나, 이튿날 "하루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며 문자를 보냈다. 그는 사건 발생 17일만인 3월19일에야 다른 부대로 파견 조치됐다.
그 새 술 자리에 함께 있었던 B상사와 C준위는 피해자와 당시 군인인 이 중사의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다른 사람 처벌도 불가피하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 너도 다칠 수 있다"거나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느냐"는 식이다. 5인 이상 회식을 주도해 방역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해서다.
공군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 변사사건으로 허위보고한 과정을 놓고도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과 중앙수사대장 등이 지난 8일 재판에 넘겨졌다.
국방부는 증거인멸 등 다른 혐의로 20비행단 정통대대장을 이미 재판에 넘긴 데 이어, 고인의 신상을 유포한 15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단은 지난달 16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전 실장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본인의 입회 거부와 동의가 없어 한 달 가까이 압수물 포렌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24일, 25일 등 세 차례에 걸친 검찰단의 소환 요청에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검찰단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군사법원에 성범죄 전담 재판부를 두고 군사경찰·검찰에 성폭력 전문수사팀을 설치하는 것도 추진한다. 또 사단급 부대에 설치된 수사 조직을 육·해·공군총장 직속의 검찰단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군내 인권 침해에 대한 독립적 조사권을 가진 '군인권보호관' 제도도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성범죄 항소심(2심)을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에서 진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군사법원법 개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문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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