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의 10곳 중 8곳이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진율 감소와 시장점유율 하락을 겪는 기업도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공회의는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상황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외 경쟁강도가 ‘격화추세’라고 응답한 기업이 79.3%에 달한다고 11일 밝혔다.‘약화추세’이라 답변한 기업은 15.3%에 그쳤다.
응답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요인으로 ‘경쟁기업의 증가’(61.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시장성장세 둔화’가 46.4%, ‘기술혁신 가속화’가 34.7%였다. 설문에는 모두 복수응답이 적용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점차 본격화되는 국제경쟁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 때문에 이같이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비롯해 △주요국의 신산업 선점경쟁 가속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부담 등 새로운 도전과 미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원가상승을 수출가격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76.3%는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는 정도는 전부반영하는 기업은 9.2%에 그쳤고, 부분반영하는 기업이 68.5%,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도 12.2%로 조사됐다.
기계장치 제조 A사는 “원가가 오른 만큼 수출가격에 반영하려고 해도 해외 발주처에서 거부감이 크고 수용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원가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는 잘해야 30% 수준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전자부품 수출 B사는 “주력제품의 수요처가 몇 군데로 정해져 있고 가격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원가인상을 전가하기 쉽지 않다”며 “지금처럼 원자재가격이 급격히 뛰면 다른 경비를 줄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어 여유는 없어진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장트렌드 변화에 기업의 대응압박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트렌트 변화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에 소비재 수출기업의 절반 가까이(47.8%)는 신제품 출시를 자주하고 일정을 앞당기는 ‘제품출시주기 단축’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선제적 혁신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아직 미흡했다. 디지털 기술 가운데 활용중이거나 활용계획이 있는 분야로는 ‘스마트팩토리?로봇’이 가장 많이 꼽혔으나 그 비율이 36.3%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주목받는 ‘온라인플랫폼 구축?연계’가 29.4%였으며, 디지털전환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와 ‘AI’ 관련 응답은 28.0%와 16.7%에 그쳤다.
디지털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인력 및 기술력 부족’(59.6%)이 과반을 넘게 나왔고 ‘막대한 투자비용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32.7%에 달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라는 의견은 7.7%였다.
인재확보가 필요한 분야로는 ‘설계와 연구개발’(35.5%), ‘영업·마케팅’(23.7%), ‘사업기획’(14.8%), ‘데이터 분석’(12.4%), ‘공급망 관리’(4.7%)의 차례였고, ‘설계와 연구개발’ 분야 중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20.1%)이 인력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최규종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디지털화?친환경 등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데 경쟁격화와 마진감소, 신제품출시 등으로 기업의 연구개발과 미래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차세대 통신·데이터·에너지 인프라투자 확대,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가 가능하도록 펀딩관련 규제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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