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차이신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의 채권자 중 하나인 휘상은행은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보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의 파산·중정(重整·법정관리) 신청을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 칭화유니 측은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그룹 계열사의 일상적 생산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설립된 칭화유니는 중국 국립 칭화대 산하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웨이궈 회장 측 지분이 49%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을 설립하며 종합 반도체그룹으로 성장했다. 메모리업체 유니스플렌도어, 팹리스 쯔광궈웨이 등 상장사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칭화유니는 2015년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등 한때 중국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 외형적 투자를 늘려가는 가운데 기술력을 쌓지 못해 고부가가치 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수익성도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11월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를 냈다. 이어 12월에는 4억5000만달러(약 4880억원)짜리 외화표시채권도 만기에 상환하지 못했다. AAA였던 칭화유니의 신용등급은 현재 C로 강등됐다.
회사채 전문매체 데트와이어는 칭화유니의 채무가 작년 6월 기준 2029억위안(약 35조22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칭화유니그룹의 전체 자산은 3000억위안(약 53조원) 안팎이다. 법원이 칭화유니의 법정관리를 결정하면 회사는 존속하면서 경영진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에서 자오 현 회장을 몰아내고 직접 경영하기 위해 파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대표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