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공정 행위를 막겠다”며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독과점 관행을 집중 단속하도록 행정부에 명령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테크들이 경쟁사까지 무차별적으로 인수해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중국 정부도 인터넷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규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주요 2개국(G2)에서 기술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엔 기술 의약품 농업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10여 개 부처와 기관이 반경쟁 관행을 개선하도록 하는 72개 계획이 담겼다.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는 소규모 기업에 불리한 합병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이미 완료된 합병건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도록 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빅테크를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대 플랫폼기업 한 곳은 지난 10년간 수백 개 회사를 인수해 잠재 경쟁을 막았다”며 “이런 폭력적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테크 등이 잠재적 경쟁자를 사들이는 방식의 ‘킬러 인수’를 제한하도록 FTC에 지시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작년 10월 빅테크들이 독과점 지배력을 행사해왔으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행정명령엔 유·무선 통신망을 보유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를 겨냥해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하라고 권고하는 내용도 있다. 망 중립성은 ISP가 특정 인터넷기업을 차별해 속도 등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폐지했다.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조슈아 볼턴 대표는 “이번 행정명령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게 분명하다”고 했다. 정보기술(IT)업계 고위 임원을 대표하는 단체인 테크넷은 “소비자가 애용하는 무료 온라인 서비스들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행정명령이 집행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빅테크들이 특정 인수건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책 연구기관인 캐피털알파파트너스의 로버트 캐민스키 분석가는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놓고 오랜 시간 법적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중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은 사실상 허가제로 바뀌게 됐다.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 대다수가 미국을 선택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미국 증시 상장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해외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중국 회귀’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국가시장감독총국은 텐센트 산하 중국 양대 게임방송 플랫폼인 후야와 더우위의 결합도 금지했다. 시장감독총국은 텐센트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40%를 차지한 가운데 게임방송 점유율이 각각 40%와 30%에 달하는 후야와 더우위까지 합병하면 텐센트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야와 더우위는 모두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중국이 13년 만에 반독점법 개정에 나서는 등 빅테크의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을 걸면서 성장에 제약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뉴욕=조재길/베이징=강현우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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