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 카우 다쏘시스템 수석부사장은 팬데믹 상황을 무릅쓰고 지난달 20일 한국에 도착했다. 2주간의 긴급한 방한은 경남 지역과의 독특한 업무협약 때문이었다. 그는 ‘창원 3D익스피리언스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를 앞두고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 제조기업의 밸류체인 전반을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센터는 다쏘시스템과 경남 창원 스마트그린산단사업단의 협력 속에서 지난 9일 문을 열었다.
센터의 목표는 지역 기업과의 상생이다. 단순 수익사업 활동이 아니다. 카우 수석부사장은 “오히려 돈을 쓰는 투자 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에서도 전통적 제조업이 정체 상태라고 하는 위기론자들이 있고, 특히 한국은 제조의 중추인 산업단지들에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차원(3D) 설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제조 생태계에 위기가 찾아오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움직였다.
카우 수석부사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제조업이 “다시 기회를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부품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려는 ‘리쇼어링’ 노력이 이어진다고 했다. 제조업의 무게감이 커지며, 이들을 위한 각종 DT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카우 수석부사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인 지원 로드맵을 갖고 있던 상황이라 협력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상남도는 2030년까지 3767억원을 투입해 미래차 부품기업 300개를 육성하는 정책 등을 펴고 있다. 다쏘시스템 역시 이와 연계해 신설된 센터에서 3D 설계 플랫폼 도입을 돕는 공간을 마련했다. 다쏘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직접 상주하면서 협력사들과 DT에 관한 논의를 이끌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내 경력 단절 시민과 미취업자를 대상으로는 3D 설계 교육을 진행, 이들을 ‘디지털 데이터 크리에이터’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쏘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단위에서 이런 형태의 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도 카르나타카 지역의 이노베이션 센터가 대표적이다. 카르나타카 지역은 항공기 부품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다. 호주에서는 리튬 광산이 있는 서부 퀴나나에서 지역 대학, 기관들과 협력했다. 카우 수석부사장은 “한국은 조선, 자동차 부품 등 역동적 장점을 지닌 창원처럼 실력 있는 지방 기업이 많다”며 “경남 외에도 다른 지자체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 논의를 계속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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