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아이러니

입력 2021-07-11 17:23   수정 2021-07-12 00:14

지난 한 해는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전 국민의 사회 활동이 현저히 감소하고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에서의 이동과 여행도 많이 줄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마스크 착용의 순기능으로는 겨울 동안 독감과 감기 환자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동네 소아과,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는 환자가 감소해 문을 닫은 곳도 있다고 한다. 이동과 여행이 줄어든 결과 신고 접수된 교통사고도 2019년에 비해 60만 건 이상 감소했다. 사고의 중증도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사고의 중증도와 빈도가 줄어드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동차보험 진료비도 줄어들고 손해보험회사의 자동차보험료도 낮아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심사를 대행하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응급, 수술, 중증후유장애 환자의 재활이 포함돼 있는 병·의원의 진료비 청구는 줄었으나, 한방 병의원의 진료비 청구가 현저히 늘어나 총액이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환자 수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로 경증환자의 진료비를 청구하는 한방 병·의원 진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 의료시스템에서는 절대로 입원 대상이나 치료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벼운 사고에도 목을 부여잡고, 사고 난 김에 입원해서 요양이나 하고 보상도 더 받자는 환자의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게 원인일 것이라고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과잉 진료와 소비자의 모럴 해저드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손해보험사와 국토교통부, 심사평가원은 이런 결과에 대한 사전 예측을 해 본 적이 있는지, 원인 분석과 앞으로의 보험정책제도 개선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과잉 진료와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있다.

일선 재활의료기관에서 자동차 사고 장애환자의 재활치료에 전념하다 보면, 환자와 의료진의 노력으로 재활치료가 잘 돼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갈 수 있는 환자가 되레 보상에 불리해 퇴원을 거부하고 다른 병원에 재입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종종 보게 된다. 더 이상 치료 성과가 없는데도 길게는 6개월에서 1년 넘게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환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 역시 제도의 보완이 우선적인 문제이지, 의료기관이나 환자의 모럴 해저드를 탓할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기준과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심지어는 팔수록 손해가 난다며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실손보험은 원래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진료받을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됐고, 우리 보험제도를 보완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지 않는 고가 검사, 수술, 도수치료 같은 과잉 진료, 공짜이니 일단 검사나 시술을 받고 필요 없는 MRI도 찍고 보자는 소비자의 모럴 해저드, 건강보험에서 직접 비용을 지급하지 않다 보니 심사평가원에서 비급여 수가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보험 손해율이 100%가 넘는, 팔수록 손해 보는 보험상품이 돼 버린 것이다. 보험률을 계속 올리거나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 보험을 이용할 소비자가 줄어 실손보험 자체가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

실손보험 때문에 과도하게 수술, 시술 등으로 입원하게 되면 건강보험도 동시에 청구된다. 자동차보험도 보험 종결이 됐으나 여전히 후유증이 있게 되면 건강보험에 일부라도 지속적으로 청구가 이뤄진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이 왜곡되면 국민건강보험에서 그만큼 예측하지 못한 비용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어찌 됐든 비윤리적인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와 소비자의 모럴 해저드를 예방하기 위해서 난마와 같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여러 보험제도를 현명하게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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