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이 교수의 첫 직업은 뜻밖에도 잡지사 기자였다. 대학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대학생 논문 공모에 응시하면서 수상한 것이 계기였다.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있는지 뒤늦게 알고 기자가 됐다”고 말했다. ‘한경 리크루트(현 월간 리크루트)’에서 취업기자로 일하면서 각종 신문 기고와 방송 출연의 기회도 얻었다. 가르치는 일이 꿈이었던 이 교수는 대학원에 진학해 ‘취업 전임교수 1호’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2002년 경희대 교단에 선 그는 ‘진로탐색과 경력개발’ ‘공무원 진출과 실제’ 등 진로탐색과 취업교육에 대한 과목을 잇따라 개설했다. 7개 과목으로 시작한 취업교과목은 올해 13개 과목까지 늘었다. 취업진로학회도 출범시켰다. 그동안 채용정보로만 다뤄지던 취업분야를 학문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교수는 “‘취업정보분석과 입사전략’ 과목은 인기가 많아 수강 신청을 받자마자 수초 만에 마감될 정도”라며 웃었다.
이 책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 현대, SK, LG 국내 4대 그룹의 공채, 면접, 인재상 등 채용제도·문화 전반을 다뤘다. 11년간 취업기자로서 취재했던 자료와 학회 논문을 총정리했다. 각 시대마다 변천하는 채용제도를 83개의 표로 정리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책의 마지막 장은 ‘삼성 인재경영 80년’을 별도로 다뤘다. 이 교수는 “삼성의 인재 제일주의는 다른 기업 인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국내 첫 공채제도, 학력제한 철폐, 캠퍼스리크루팅 도입 등 대기업들의 채용제도를 선도할 수 있었던 철학이 무엇인지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은 잇따라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과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취업기자로 활동했던 이 교수는 “당시 대우그룹을 중심으로 인턴채용이 붐을 이뤘다”며 “대학 3학년 2학기, 4학년 1학기 여름·겨울 방학 2주 동안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회사 업무를 배워 자신의 적성을 찾는 ‘선검증 후채용’ 방식이 유행했었다”고 전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인턴십을 통해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기업도 쓸 만한 인재를 찾는 ‘맞선 자리’가 인턴십이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고학년 중심의 채용형 인턴에만 치중해 저학년들에게 직업정신과 경력관리 업무를 부여할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산된 인력만 뽑으려 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인재 발굴과 육성에도 눈을 돌려달라는 요구다. 20년간 대학에서 취업을 가르쳐 온 이 교수의 취업교육 목적은 무엇일까. “모든 제자가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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