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7개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고, 이에 대한 단일안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7개의 법안 모두 앱마켓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한 부당한 강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앱마켓 시장에서의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동일한 입법목적을 위해 제출되었으며, 상당한 기간 동안의 숙의과정을 거치며 바람직한 입법안을 모색 중에 있지만, 각각의 법안을 들여다보면 금지행위를 정하는 문구와 표현에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개정안을 바탕으로 하여 디테일한 세부 규정을 결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법안이 현실에 도입되었을 때 앱마켓 시장에 끼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입법목적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의 취지를 달성하고 전체 앱마켓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앱마켓 시장을 비롯한 ICT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ICT산업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꾸준히 변화한다.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시시각각 일어나는 곳이며 변화에 뒤처질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동적인 산업분야에 대해 사전에 경직적으로 ‘특정 방식’을 정하여 이를 준수하게 하거나,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식으로 사업자의 행위를 제한할 경우 시장의 유연성을 막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마인크래프트 ‘19금’ 게임 사건도 특정 방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경직된 사전규제로 인하여 발생한 사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아나 어린이들, 청소년이 주로 사용하는 게임이 ‘셧다운제’로 인해 국내에서만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되어 버린 웃지 못할 사건이었다.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인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셧다운제의 본래 도입 취지였던 청소년 수면권 보장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문제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이 경직적인 사전규제 형식을 취할 경우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사건이 앱마켓 시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CT산업을 비롯한 앱마켓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전적?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경직적인 규제 방식보다는, 앱개발자의 개발 목적이나 사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즉, 앱마켓시장 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입법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부 법안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특정 결제시스템을 사전적으로 금지하는 경직적이고 일률적인 규제가 아니라 더 다양한 행위 유형들을 포섭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은 사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외국 속담에서 유래된 격언이다. 디테일 속 악마로 인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디테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완전함을 이루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앱마켓 시장에 가장 적합한 세부 규정을 제정함으로써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앱마켓 생태계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유석 < 오픈루트 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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