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3N' 판도 지각변동…카겜·크래프톤 '2K' 뜬다

입력 2021-07-13 05:00   수정 2021-07-13 09:09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이 각각 신작 게임과 기업공개(IPO)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게임업계 중심축이 기존 빅3인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이른바 '3N' 시대에서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의 '2K' 합세로 판도가 바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넥슨·엔씨·넷마블, 2분기 실적 전망 '흐림'
13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넥슨의 올 2분기 실적은 매출 545~596억엔(한화 약 5542억~6060억원), 영업이익 120~164억엔(1220억~1667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15.5%, 영업익은 38.58~55.05%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신작 부재 속에 대표작 '던전앤파이터' 등의 PC게임 매출 감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관측. 거액을 투자한 비트코인의 최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은 매출 5741억원, 영업익 1558억원 내외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9% 증가하지만 영업익은 25.45% 감소한 수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2분기 '리니지2M'과 '리니지M'이 매출을 견인하며 호실적을 냈지만 출시한 지 시간이 꽤 지나 매출이 자연감소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넷마블의 실적 전망치도 매출 6192억원, 영업이익 4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41.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곱 개의 대죄' 등 기존 게임 매출 하락과 '제2의 나라' 출시 관련 대규모 마케팅 지출이 영업익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카겜 '오딘' 흥행몰이, 크래프톤 IPO에 들썩
이들 3N이 주춤한 사이 카카오게임즈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선보인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2일엔 구글플레이에서도 리니지 형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4년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끌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제치고 한 주 넘게 매출 선두를 유지해 '이변'이라 할 만하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M 4주년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지만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딘은 출시 전부터 '물건' 나왔다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시장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 브랜드 후광에서 벗어나 게임사로서 퍼블리싱 역량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성종화 이베트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딘의 한국 론칭 첫날 판매액은 70억원 내외, 2일간 판매액은 15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업계 예상을 웃도는 빅히트작"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상승세도 주목된다. 다음달 초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IPO 일정을 진행할 예정인 크래프톤의 주당 공모 희망가는 40만~49만8000원이다. 총 공모주는 865만4230주로 시가총액은 최대 29조1662억원에 이른다. 국내 게임사 대장주 엔씨소프트(18조2657억원)의 2배 수준이고 일본에 상장한 넥슨(약 24조원)보다도 높다.

크래프톤의 높은 공모가는 탄탄한 실적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영업익은 7739억원으로 넷마블(2270억원)보다 높고 엔씨소프트(8247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2272억원으로 엔씨소프트(567억원)와 넷마블(54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연내 출시가 예상되고, 이달 2일에는 인도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재출시했다. 김동희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은 "배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행하는 게임"이라며 "지난달 '뉴스테이트'는 미국 오픈테스트를 통해 성공 기대감이 커졌다. 글로벌 사전예약자 수 1700만명을 돌파해 3분기 정식 출시까지 3000만명을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3N과 2K 경쟁, 세대교체 신호탄"
3N도 반등을 준비 중이다. 넷마블은 지난달 10일 출시한 '제2의 나라'가 흥행하며 3분기 기대감을 끌어올렸고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에 이은 또 하나의 레볼루션 시리즈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하반기 선보인다.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마블 지적재산권(IP)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모바일 오픈월드 액션 롤플레잉게임(RPG)이다. 넷마블은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통해 '제2의 나라'에 이어 연타석 흥행을 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20일 출시한 '트릭스터M'의 초반 흥행 기세를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3분기 기대작인 '블레이드 앤 소울(블소)2' 출시도 준비 중이다. 특히 블소2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직접 개발총괄을 맡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간담회에서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기술적 한계를 깨트리는 데 성공했다"며 "다중접속(MMO) 영역에서 액션의 정점을 찍는 게 목표"라고 자신했다.

성종화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 오딘을 이을 강력한 신작 모멘텀 후보는 블소2"라고 봤다. 실제로 블소2는 사전예약 23일 만에 400만명이 등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이용자가 몰리면서 48개 서버가 3시간 만에 마감돼 3차례에 걸쳐 서버를 늘리기도 했다.


넥슨은 올해 첫 신작 '코노스바 모바일 판타스틱 데이즈' 사전예약을 진행 중이다. 연내 PC 게임 '커츠펠'의 국내 서비스와 함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판은 그동안 '규제 철폐'라는 공동 목표 아래 동업자 의식이 그 어느 분야보다 강했던 곳"며 "하지만 최근 크래프톤 IPO 거품 논란과 게임사 간 IP 저작권 문제, '인재 빼가기' 신경전이 발생했다. 3N과 2K 경쟁은 그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업계 세대교체가 향후 3년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수 개발자들은 회사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가 '명함'이기 때문에 이직이나 창업 열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며 "3N이든 2K든 안주하면 안 된다. 유료 아이템 과금 모델보다는 세계관 확장과 게임 스토리 개발, 동남아권 공략이 향후 게임업계 주요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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